'천재 골퍼' 리디아 고(고려대)가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최대 100억여원을 희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랭킹 1위로 뉴질랜드 교민인 리디아는 21일(한국시간)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여자부 마지막 날 경기에서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은메달을 땄다.

리디아의 아버지 고길홍씨(54)는 이날 경기장인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연합뉴스와 단독으로 만나 딸의 진로와 사회공헌 계획 등을 밝혔다.

고 씨는 "리디아 상금으로 '공익사업체'를 만들어 빈곤 가정을 돕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금은 수백만 달러 규모로 생각하고 있으나 여건이 되면 최대 1천만 달러(약 112억 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고 씨는 "기금을 불려 수익금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운영 방안과 출범 시기 등은 전문가에게 맡겼다"고 말했다.

리디아가 동의했느냐는 질문에 "딸은 뭐든지 남에게 해주고 싶어서 안달을 낸다. 그동안 받은 주변 도움을 늘 감사하게 여겨 보은하겠다는 의향을 자주 보였다"고 답했다.

실제로 리디아는 골프 꿈나무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장학금을 주고 골프 지도도 해왔다.

작년에는 네팔 지진피해 구호성금으로 뉴질랜드 유니세프에 3만 달러를 전달했다.

고 씨는 공익사업체 기금이 충분하냐고 묻자 "최근 3년 상금과 보너스 등만 700만 달러를 넘는다. 후원업체가 11개나 된다"고 대답했다.

지원 대상은 뉴질랜드와 한국 빈곤 가정을 우선하여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리디아 진로와 관련해서는 "대학 졸업 후 대학원에서 운동과 공부를 계속 병행할 생각이다. 골프는 30세에 끝내고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한다"고 소개했다.

고 씨는 방송계에 관심을 보이는 딸에게 뉴질랜드 정치 입문을 권했으나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그는 "리디아가 '정치권은 너무 혼탁하지 않으냐'고 묻길래 '그러니까 너 같은 사람이 들어가서 개혁도 하고, 한국 교민을 포함한 소수 민족의 권익을 대변해야 한다'고 설득했으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고 고백했다.

리디아가 정치인으로 제2의 인생을 살기를 아버지가 권고한 것은 인지도와 인품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고 씨는 "뉴질랜드에는 LPGA 선수가 리디아밖에 없어 지명도가 매우 높으며, 오클랜드에 교민 2만여 명이 산다"면서 딸의 성품도 자랑했다.

“곧다 못해 강직하다. 경기하다가 목에서 가래가 나와도 함부로 뱉지 않는다. 자기를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남을 배려하는 것은 몸에 뱄다"

여자 골프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소렌스탐과 자주 비교되는데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이런 성품 때문이다.

"리디아는 어떤 기록을 깼다는 찬사보다는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모범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인생관이 확고하다"

고려대 심리학과 2학년인 리디아가 잦은 대회에도 학점은 잘 관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 씨는 "리디아가 골프 연습이 끝나면 전공 공부에 열중하며, 리포트를 쓸 때는 하루 2~3시간밖에 자지 않는다. 1학기 성적표를 보고 매우 만족하더라"고 전했다.

올림픽에서 외국 선수로 뛴 것을 아쉬워하는 국내 팬이 있다는 지적에는 "한국에는 유명 골퍼가 많지만, 뉴질랜드 LPGA 선수는 리디아가 유일하다"며 "거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정상급 선수가 됐는데 지금 와서 국적을 버릴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리디아가 뉴질랜드 대표라는 사실은 양국 우호 관계에 되레 도움이 된다는 설명도 했다.

고 씨는 "리디아가 한국계인 줄 뉴질랜드 국민이 다 안다. 양국 정상이 만날 때는 리디아 얘기로 회담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리디아는 1년에 한 달 정도는 골프를 완전히 잊고 지낸다.

해마다 11월 말~12월 말 한국에 머무르며 건강검진, 치료, 영화 관람, 맛집 체험 등으로 소일하며 고려대 전공 교수들을 만나 수업지도도 받는다.

음식을 가리지 않으나 어머니가 해주는 한식을 좋아하며, 한국 드라마와 뉴스도 즐겨본다.

어떤 사위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고 씨는 "리디아의 판단을 존중한다. 지금은 결혼을 전혀 생각하지 않으며 남자 친구도 없다. 30살까지는 골프에 전념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금융회사 출신인 고 씨는 리디아가 6살이던 2003년 뉴질랜드로 건너가 딸의 골프를 헌신적으로 뒷받침했다.

이 때문인 듯 리디아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버지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려고 한다. 아버지는 내게 매우 특별한 존재다. 어머니는 항상 나와 함께 하지만 아버지는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뉴질랜드 여자골프 대표팀의 리디아 고가 15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훈련하며 아버지 고길홍 씨와 함께 밝게 웃고 있다. 2016.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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