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정부는 30일(현지시간) 미국 다국적기업인 애플이 불법 감면받은 세금 130억유로(약 16조2천억원)를 아일랜드에 내야 한다는 EU 공정경쟁당국의 결정을 거부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아일랜드가 유럽연합(EU) 정부 지원 규정을 위반해 애플에 2003~2014년 동안 감세 조치해준 이 금액을 추징하라고 결정했다.

인구 460만명인 아일랜드에는 1인당 2천825유로에 달하는 거액이다. 지난해 아일랜드 예산은 485억유로였고 이중 130억유로가 헬스케어 예산이었다. 한해 헬스케어 예산과 같은 규모다.

그럼에도 아일랜드 정부는 이날 EU 집행위의 결정에 대해 EU 법원에 항소하는 것 이외 다른 선택이 없다고 반발했다.

마이클 누난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아일랜드 세제는 예외없는 엄격한 법 적용 기반 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누난 장관은 "아일랜드 세제가 온전하다는 점을 방어하고, 기업들에 세제의 확실성을 제공하고, 회원국의 세정 주권에 대한 EU 정부 지원 규정의 침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에만 특혜를 베푼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EU 집행위가 회원국 고유의 세정 권한까지 침해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일랜드 정부가 반발하는 데에는 단기적인 이득보다는 장기적인 악영향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 사이에 '세제의 확실성'이 타격을 입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아일랜드는 낮은 법인세율 경쟁력을 통해 다국적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을 펴왔다.

아일랜드에서 진행된 연구·개발(R&D)을 통해 발생한 매출에 대해선 세율을 절반(6.25%)으로 낮춰주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법인세 경쟁력에 힘입어 아일랜드는 약 1천여개에 달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현지에 지사를 두는 성과를 거뒀다. 애플도 이중 하나로 현지에 5천500명의 인력을 두고 있다.

아일랜드 국세청장 니알 코디는 지배적 문제는 각국의 다른 세제 간 불일치라고 지적했다.

아일랜드는 다국적기업에 대해서 아일랜드 안에서 발생한 매출로부터 얻은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있다.

코디는 "기술, 디자인, 아일랜드 밖에서 발생한 마케팅 등처럼 아일랜드에 있는 애플 사무실들에 의해 창출되지 않은 애플의 이익은 아일랜드 세법 아래에선 과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애플 이외 아일랜드에 지사를 둔 약 1천개의 다른 다국적기업들도 똑같은 세제를 적용받는다고 덧붙였다. 이들 다국적기업 대부분은 미국계다.

반면 EU 집행위는 유럽에서 얻은 이익의 대부분을 아일랜드 지사로 옮긴 애플 아일랜드 법인이 아일랜드로부터 특혜 감면을 받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아일랜드 정부와 애플의 항소에도 불구하고 이번 EU 집행위의 결정은 아일랜드의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CMC 마케츠의 애널리스트 야스퍼 롤러는 "애플로부터 130억유로를 받으면 미국계 기업들의 엑소더스(exodus·대탈출)와 이에 따른 일자리 및 투자 상실이 아일랜드의 위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공정한 세금을 내는 것은 이의가 없지만 소급 적용은 (기업들에) 불확실성을 낳고 (다국적기업들의) 유럽에 대한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일랜드 뿐만 아니라 유럽 다른 국가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브래드 배더처 노트르담대학 회계학 교수는 "아일랜드와 나머지 EU 회원국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많은 EU 회원국이 거대 다국적기업을 유치하려 낮은세금을 이용했는데 이 문이 지금 빠른 속도로 닫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EU를 떠난 이유 중 하나도 커지는 EU의 힘이었다. 이번 결정은 EU의 커지는 힘을 보여주는 본보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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