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반(反)유로·반이슬람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uer Deutschland. 대안당)이 수도 베를린시의회(이하 주의회 병용)에도 두 자릿수 지지율로 입성하게 됐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은 베를린이 통일된 독일의 수도가 된 이래 26년 만에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8일(현지시간) 하나의 시가 하나의 주로 기능하는 베를린 주의회 의원 선거가 치러지고 나서 최종 개표 결과, 사회민주당이 득표율 21.6%로 승리했으며 기민당은 17.6%, 대안당은 14.2%를 얻었다.

5년 전 선거(60.2%)보다 크게 높아진 66.9% 투표율을 기록한 이날 선거에서 대안당은 목표로 한 15%에 약간 미치지 못하나 투표 종료 직후 공개된 공영방송 ARD의 전망치 11.5%보다는 크게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이로써 창당 3년 만에 반(反)난민 정서에 기대어 급성장한 대안당은 독일 전역 16개 주의회 가운데 10곳에 진출하는 데 성공하게 됐다.

이 정당은 2013년 2월 창당한 이래 작센, 튀링겐, 브란덴부르크, 함부르크, 브레멘, 작센안할트, 바덴뷔르템베르크, 라인란트팔츠,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회에 의석을 꿰찬 바 있다.

독일대안당의 게오르크 파츠더스키 베를린시당 위원장은 이런 선거 결과에 "진정한 승자는 대안당"이라고 자축했다.

메르켈 총리가 당수로 있는 중도우파 기민당은 2당 자리를 유지했으나 지난 2011년 선거 때의 23.3%에서 급락해 1990년 독일 통일 이래로 가장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메르켈 [AFP=연합뉴스]

기민당을 파트너 삼아 베를린주정부 대연정을 가동해 온 중도좌파 사민당은 1당 지위를 지켰다.

전통의 3당 세력인 좌파당은 15.6%, 녹색당은 15.2%, 친기업 자유주의 정당인 자유민주당은 6.7%를 얻어 의석을 배분받을 최소 득표율 5%를 넘겼다.

이를 전체 149석의 의석 분포로 환산하면 사민 35, 기민 29, 좌파 26, 녹색 25, 대안 23, 자민당 11석이 된다.

그러나 직전 2011년 선거 때 돌풍을 일으킨 해적당은 1.7%로 의석배분의 최소득표율 허들인 5%를 넘지 못해 주의회 입성이 좌절됐다.

사민·기민당의 득표율을 합해도 절반에 턱없이 부족한 사태에 직면해 양당의 베를린 연정은 끝을 맞았다.

ARD TV의 여론조사 결과, 베를린시민들은 사민-좌파-녹색당의 이른바 적적녹 연정을 선택가능한 연정 조합 가운데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사민당 선거대표로 나선 미하엘 뮐러 베를린시장은 선거 직전 연정 파트너로 밝힌 녹색당에 더해 좌파당과의 연정 구성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뮐러 독일 시장 [EPA=연합뉴스]
뮐러 독일 시장 [EPA=연합뉴스]

이번 선거는 지난 4일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고향인 옛 동독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의회 선거에서 대안당이 기민당을 제치고 2당에 오른 이후 치러져 관심이 쏠렸다.

무엇보다 베를린은 독일의 행정수도라는 점에서 정치 1번지로도 평가되는 데다 표심이 메르켈 총리의 난민 개방정책의 찬반 지향과, 메르켈 총리 개인에 대한 신임 여부도 일부 드러내는 특징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결과적으로 연방 총선을 앞두고 기민당이 베를린에서 패배했고 반난민 기치를 내건 대안당이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메르켈 총리와 기민당의 압박감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또한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전 시장이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라고 칭한 베를린은 난민 유입에 따른 문제뿐 아니라 치솟은 주택임대료와 부족한 교육시설로 골머리를 앓아왔고 만성적 공공부채 부담에 따른 세수 확보 문제,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신국제공항 건설 비리 스캔들도 민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직전 2011년 선거 때에는 사민당 28.3%, 기민당 23.4%, 녹색당 17.6%, 좌파당 11.7%, 인터넷 자유를 앞세운 해적당 8.9%, 자민당 1.8% 순으로 득표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베를린시 12개 구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에서도 사민당 23.4%, 기민당 18.6%, 녹색당 16.7%, 좌파당 15.3%, 대안당 13.7%, 자민당 5.6% 순의 득표율 분포를 나타내 주의회 선거 결과와 대동소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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