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경찰의 총격에 흑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8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 엘카혼 경찰서 소속 경관들은 전날 38세 흑인 남성인 알프레드 올랑고를 사살했다.

엘카혼은 샌디에이고에서 북동쪽으로 약 24㎞ 떨어진 곳에 있다.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총격 경관 두 명은 모두 20년차 이상의 베테랑으로 3일간 직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올랑고가 우간다 난민 출신이며, 올랑고의 페이스북 계정을 인용해 그가 후터스 레스토랑의 수석 요리사이고 샌디에이고 고교와 샌디에이고 메사 칼리지를 다녔다고 전했다.

보도를 보면, 엘카혼 브로드웨이 빌리지 쇼핑센터 주변 식당에서 한 흑인 남성이 움직이는 차량 사이를 오가며 불안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은 27일 오후 2시 11분께 현장에 출동했다.  

제프 데이비스 엘카혼 경찰서장은 "사망한 흑인이 경찰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앞뒤로 움직였다"면서 "한 경관이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발사하려 하자 이 남성이 급히 뭔가를 꺼내 들더니 양손으로 경찰의 얼굴을 향해 총 쏘는 자세를 취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이를 보고 곁에 있던 다른 경관이 총을 발포했고, 다른 경관은 테이저건을 쐈다.

총에 맞은 올랑고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CNN 방송은 숨진 남성의 무장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면서도 경찰이 현장에서 총기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당시 올랑고가 움켜쥔 물건이 약 10㎝ 길이의 전자담배 장치라고 밝혔다.

올랑고는 주머니에서 꺼낸 전자담배를 양손으로 쥐고 현장에 있던 경찰관 2명 중 1명에게 총을 겨누는 자세를 취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사건 직후 현장에 있던 럼비 무바이와라는 주민이 찍은 페이스북 실시간 동영상에 따르면, 희생자의 동생으로 알려진 한 여성은 도움을 요청하고자 911에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수단에서 온 아그네스 하산이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오빠와 함께 미국으로 오는데 여러 곡절을 겪었다면서 오빠 올랑고는 교육을 잘 받았지만, 정신적인 문제를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 오빠를 제어하고자 경찰에 세 차례 신고 전화를 했으나 경찰이 아닌 위기 대응 센터에 전화를 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하산은 "경찰이 내 앞에서 오빠를 죽였다"면서 "왜 테이저건을 쏘지 않았느냐"고 오열했다.

엘카혼 경찰은 검찰이 목격자의 동영상과 인근 상점에 설치된 폐쇄회로 TV 화면을 분석할 때까지 관련 영상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또 해당 경관이 몇 발의 총을 발사했는지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소식을 접한 200명의 시위대가 27일 오후 늦게 엘카혼 경찰서 주변에서 경찰의 폭력 종식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28일 오후에서 100명의 인원이 경찰서 앞에 집결해 경찰의 인종차별적인 공권력 사용에 항의했다.

평화 시위를 벌인 이들은 "살인 경찰은 안 된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정의 없이 평화 없다"는 구호를 외쳤고, 인권단체는 911 전화 녹음 기록을 공개하라고 경찰을 압박했다.

인권 단체인 '샌디에이고 연합'의 크리스토퍼 라이스-윌슨 사무국장은 "경관 두 명 중 하나는 총을 쏘고, 왜 다른 한 명은 테이저건을 쐈는지 의문"이라면서 경찰 대응의 적법성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시위대는 지난 2년간 지겹도록 반복되는 경찰에 의한 흑인 피살 사건에 몸서리를 치면서 투명한 수사와 진상 규명을 당국에 요청했다.

최근 오클라호마 주 털사,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경찰의 총격에 비무장 흑인이 사망한 뒤 경찰의 무분별한 공권력 사용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터진 이번 사건으로 반발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총격 직전의 경찰과 올랑고의 대치 장면 [AP=연합뉴스]
총격 직전의 경찰과 올랑고의 대치 장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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