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 남부에서 경찰의 총격에 또다시 흑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일(현지시간)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흑인 밀집지역인 LA 남부에서 전날 오후 1시께 차에서 내려 도주하던 18세 흑인 청년 카넬 스넬 주니어가 경찰의 총에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

이번 총격사건은 샌디에이고 인근 엘카혼 지역에서 경찰의 비무장 흑인 총격살해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 만에 발생한 것이다.

경찰의 총격에 숨진 카넬 스넬 주니어(18)
경찰의 총격에 숨진 카넬 스넬 주니어(18)

LA 경찰국 배리 몽고메리 경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번호판이 없는 수상한 차량을 발견하고 정지 명령을 내렸으나 이에 불응하고 그대로 내뺐다"면서 "이 도주 차량은 한 블록쯤 가다 멈췄고 차 안에서 2명이 나와 도망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도망가던 2명 가운데 1명을 뒤쫓아갔다"면서 "정지 명령에 불응해 총을 쐈다"고 말했다.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스넬의 여동생 트레넬(17)은 "오빠가 경찰에 쫓겨 도망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가던 중 4발의 총성이 울렸다"면서 "일어나 보니 오빠가 땅에 쓰러져 있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경찰이 오빠를 쫓다가 총을 쐈다"면서 "경찰이 오빠를 살해한 것"이라고 울부짖었다. 스넬이 경찰의 총격을 받고 숨진 곳은 자신의 집 인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LA 경찰국은 그러나 경찰관들이 스넬을 총으로 쏘기 전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다만 경찰은 현장에서 총기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의 총격 소식이 전해지자 사건 현장에는 인권활동가를 비롯해 지역 주민들이 몰려들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이들은 "살인 경찰은 안 된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정의 없이 평화 없다"는 구호를 외쳤고, 인권단체는 경찰의 총격 정황을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주민들은 "경찰관이 현장에서 총기가 발견됐다고 했지만 이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면서 "경찰은 사건 당시 구체적인 상황을 빠짐없이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여성은 "우리는 더 이상 경찰의 무차별적인 총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우리는 분노한다"고 외쳤다.

티아 곤살레스(35)는 "경찰관은 판사나 배심원, 사형집행인이 아니며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면서 "경찰관은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지 않도록 고도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들은 오후 에릭 가세티 LA 시장의 자택 앞에서 행진 시위를 벌였으며, 일부 시민은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