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인민대표 부정선거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랴오닝(遼寧)성의 사업가들이 인민대표로 선출되기 위해 관행적으로 수십억원을 브로커 등에게 지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인민대표대회(인대) 대표에 선출되려는 랴오닝성 사업가들이 선거인들에게 현금을 제공하거나 거물 정치 브로커에게 수천만 위안(수십 억 원)을 지불하는 등 2가지 방식을 사용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5일 보도했다.

랴오닝성 선양(瀋陽)시의 중간급 관리는 "일부가 인대 대표에 선출되려고 자신들이 주최한 만찬에서 목표로 하는 선거인들에게 500∼5천 위안(8만∼83만 원)이 담긴 '훙바오'(紅包·붉은색 돈봉투)를 제공하는 것 같다"며 "다른 이들은 최고 수십만 위안에 달하는 거액을 주로 지역 인대 대표 등 정계 거물인 브로커에게 지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랴오닝성에서 인대 선거 전 뇌물을 받는 것이 관행이 됐다며 매우 많은 경쟁자가 인대 대표가 되려고 뇌물을 제공하기 때문에 일부 후보가 어쩔 수 없이 뇌물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이들이 훙바오와 차 등 선물 세트를 받을 때 혼자 거부하면 불문율을 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랴오닝 인대 대표 중 한 명은 2013년 선거 전 여러 훙바오를 통해 10만여 위안(1천660만 원)을 받은 사람의 친구일 뿐 뇌물을 주지 않았지만 이번에 부정선거에 연루된 인대 대표들과 함께 퇴출당했다고 전했다.

전 랴오닝성 인대 대표도 지역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이 오랫동안 일상화됐다며 "인대 대표가 되려면 많은 골치 아픈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랴오닝성의 중견 언론인은 한 기업 임원이 2013년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한 후 브로커로부터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크게 불평한 적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내년 초 인대 대표 선거를 앞두고 중국 전역에서 랴오닝성과 비슷한 선거 부정행위가 진행 중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달 13일 금품·뇌물 수수 등을 통해 당선된 혐의로 랴오닝성 인대 대표 45명의 자격을 박탈했다. 이후 랴오닝성 제12기 인대 제7차회의 기획팀은 선거부정에 연루된 대표 인대 대표 450여 명의 직무를 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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