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가 최근 열린 TV토론에서 선전하면서 차기 공화당 대선주자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펜스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팀 케인 버지니아 주 상원의원과 한 TV토론에서 시종일관 냉정하고 침착한 대응으로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이번 TV토론 후 공화당 내에서는 펜스가 2020년 차기 대선주자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토론이 "펜스의 2020년을 위해 아주 좋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역시 5일 라스베이거스 유세에서 "마이크 펜스는 훌륭하게 해냈고, 이로 인해 나는 많은 점수를 땄다. 왜냐면 그는 나의 첫 번째 선택, 첫 번째 인선이었기 때문"이라며 "어젯밤 미국은 내 판단력을 직접 봤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펜스의 이 같은 활약은 오히려 트럼프의 약점을 부각하는 역효과를 낳아 트럼프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공화당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후보를 펜스로 바꿨으면 좋겠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AP는 "토론 후 펜스가 받은 찬사는 트럼프가 클린턴과의 (TV토론) 대결에서 실패했다는 불편한 사실을 상기시킨다"며 "이는 일부 공화당원들이 후보를 뒤집어 펜스가 대통령 선거에 나서길 바라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WP도 "만약 이번 토론이 미래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마이크 펜스를 좋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었다면 성공"이지만, "펜스가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 호(號)를 일으켜 세우는 것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면 처참한 실패"라고 평가했다.

블로거 그레그 사전트는 WP 칼럼에 "펜스는 그의 러닝메이트의 후보 자격 자체 대한 근본적인 약점을 자기도 모르게 드러냈다"며 "그는 토론에서 트럼프의 성차별주의, 심한 편견, 인종차별적 선거운동, 병적인 독설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펜스는 이번 토론에서 국제문제, 국가안보 등에 대한 정통한 식견을 보여줬다. 반면,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찬사, 세금 문제 등 트럼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하거나 강하게 변호하지 않아 트럼프를 옹호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줬다.

클린턴의 대변인 캐런 핀니 등 일각에서는 펜스가 그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염두에 두고 그렇게 행동했다고 분석했다.

WP는 "(이번 토론에서) 펜스가 트럼프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하지만 그가 그 자신을 도왔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4개 방송사와 3개 케이블 채널을 통해 3천600만 명의 시청자가 이번 토론을 지켜봤으며, 이는 2000년 이후 부통령 러닝메이트 간 TV토론 가운데 가장 낮은 시청률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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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TV토론에 나선 마이크 펜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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