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분 인문학
박홍순 / 웨일북(whalebooks) /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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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혼밥’, ‘혼술’이라는 단어가 일상용어로 사용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혼자’라는 개념은 보편화됐다.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문화적 활동, 주거 형태, 나아가 정치적 실천에 이르기까지 ‘혼자’의 개념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일인분 인문학」은 스스로의 삶에 집중하고 자유롭게 사유하는 건강한 혼자를 위한 책이다.

 우리 주변에서 관계와 소통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말들은 이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다. 상사와 술도 마시고, 가족들과 밥도 같이 먹고, 주말엔 친구들과 놀러 다니라고 한다.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관계를 돌보다가 정작 ‘나’를 성찰하지 못한다. 타인과의 소통 때문에 내면의 목소리는 귀를 닫는다. ‘고독한 군중’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혼자’를 오해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혼자’야말로 가장 괜찮은 삶의 단위라고 제안한다.

 혼자의 삶을 선택하면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집단은 바로 가족이다. 대가족 형태에서 시작했던 분화는 가족의 근간이 되는 ‘부부’로까지 이어졌다. 이 같은 변화를 잘 반영하는 사례가 20~30대의 ‘비혼’과 중장년층의 ‘졸혼’이다. 저자는 안정된 관계를 이루기 위해서 홀로 단단하게 자신을 가꿨던 1인분의 삶들을 소개한다.

 결혼이 주는 강박에서 역사 속 비혼주의자들은 어떤 삶의 태도를 제시했는지 짚어 본다. 또한 중장년의 우울에서 졸혼은 어떤 자아실현을 가능하게 했는지도 제시한다.

 ‘사랑의 기본 주체는 자신이고, 나를 사랑할 수 있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어려운 명제를 작품과 실존 인물들을 통해 뒷받침한다. 여기에 자유롭고 자발적인 삶, 엉뚱한 생각, 한 명의 저항을 주장해 온 사람들도 등장한다.

 공동체 해체는 사회가 변하는 하나의 모습일 뿐 부정적인 현상으로 봐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책의 설명이다.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할수록 오히려 사회 전체는 더욱 원만해진다고 말한다. 때문에 우리는 한 명의 목소리, 한 명의 실천을 더욱더 지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이를 끊고 살아가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가 던진 숨 막히는 타이머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정한 속도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오롯이 혼자 살아가기 위해 인문학을 곱씹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중년이 된다
무레 요코 / 탐나는책 / 1만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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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찮은 컨디션과 까닭 없이 우울한 마음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고, 말해도 이해받지 못하는 중년의 신호들이 있다. 사람마다 제각각이라는 중년의 신호를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마주하고 있을까? 중년을 지나온 여성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마주한 중년과 갱년기에 대한 25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로도 해결되지 않는 중년의 징후들을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블랙코미디로 담담하게 담아냈다. 다른 이들의 중년과 갱년기를 엿보면서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위로를, 아직 그 시기가 오지 않은 이들에게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책이다.

 저자 무레 요코는 1954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1984년 에세이 「오전 영시의 현미빵」을 통해 본격적으로 작가생활을 시작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작가, 경쾌하고 유머 넘치는 문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많은 여성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통과 통과
범일 / 불광출판사 /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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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 통과」는 범일 스님이 전작 「조아질라고」 이후 8년 동안 써 온 1천500여 편 속에서 엄선한 105편의 글과 46컷의 사진을 정갈하게 엮어 만든 짧은 에세이 모음이다. 웬만큼 힘든 일도 다 ‘조아질라고’ 일어난 것이니 맘에 두지 않고 ‘통과’시켜 버리는 스님의 여유가 계곡물에 발을 담근 것처럼 시원함을 준다.

 가만 돌아보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다가와 있었다는 스님. 미래는 상상했던 것보다 좋은 모습으로 차곡차곡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통과 통과」에 담긴 범일 스님의 얘기를 읽다가 잠깐 멈춰 서 천천히 순하게 사는 삶이란 무엇인지 돌이켜보는 것은 어떨까.

 범일 스님은 해인사, 범어사, 태안사, 해운정사에서 참선 수행을 하며 지혜를 길렀다. 2001년부터 양평군 화야산 기슭 서종사에 머물며 온라인 도량 ‘조아질라고(http://joajilrago.org/)’를 운영하고 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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