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통령은 북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위기 등 외교·안보 현안은 물론 정치·경제·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유롭게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전쟁을 기필코 막겠다"는 대통령의 강렬한 다짐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국민들도 전쟁불가론에 100% 동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대통령 답변에서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방법상의 상호 연관성, 실현 가능성, 구체성’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원칙과 당위성만 거듭 강조하기보다 어느 것이 됐든 구체적인 옵션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최적의 결정을 고민하고 도출하고 보여줬으면 한다.

 완성도와 정교함의 차이일 뿐 이미 북한은 핵전략(핵 탑재 ICBM) 목표를 달성했다고 봐야 한다. 결국 ‘게임체인저’를 자신의 손아귀에 쥔 김정은은 괌 사격 위협 같은 전형적인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며 미북 간 국면 전환을 시도할 것이고, 어쩔 수 없이 자국 영토를 위협받게 된 미국도 대응 과정에서 강성 노선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문제는 이러한 팩트들이 한국 대통령의 통제권역 밖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북한, 본토가 위협받는 상황을 제거하려는 미국의 머릿속에 한반도의 평화가 얼마나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는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외 개방도와 해외교역 의존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자립적·자족적 방식으로 경제를 운영하기에 한계가 많은 구조다. 이마저도 튼튼한 안보가 전제되지 않으면 모래성으로 변할 수 있다.

최근 무디스가 이벤트 리스크 등급을 2단계나 올리고, KB증권이 경제성장률을 정부 전망치(3%)보다 크게 밑도는 1%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비록 어둡고 비관적이더라도 치밀하고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상황이 예측 가능해지고, 경제도 계속해서 돌아갈 수 있다.

 작금의 위기는 희망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한반도의 전쟁사를 돌아봐도 대부분이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촉발됐다. 분명한 사실은 중대 기로에서 지도자가 아무 선택도 하지 않았을 때 그 대가가 실로 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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