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고속도로명에서 ‘경인(京仁)’ 글자를 빼는 것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신 도로에 ‘인천’을 넣겠다는 것인데, 경인고속도로가 이미 대중에 친숙한 이름이라 도로명 변경에 따른 실효성을 따져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시에 따르면 경인고속도로는 서울(京)과 인천(仁)을 잇는 고속도로를 일컫는다. 인천 지역에는 현재 일반도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경인고속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 제3경인고속화도로 등이 있다. 이 중 경인고속도로는 인천 남구 용현동에서 서울 양천구 신월동을 잇는 도로다. 그러나 제2경인고속도로와 제3경인고속화도로는 서울을 통과하지 않는다.

제2경인고속도로는 인천에서 안양시 석수동을, 제3경인고속화도로는 인천에서 시흥시 목감동을 연결한다. 이처럼 서울과 상관 없는 도로이나 경인고속도로를 대체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시는 국토교통부에 고속도로 명칭 변경을 건의했다. 제2경인고속도로를 ‘인천~성남 고속도로’로 바꿔 달라고 말이다. 때마침 시는 오는 27일 제2경인고속도로가 안양에서 성남까지 연장 개통함에 따라 고속도로 명칭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봤다.

타 지역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옛 88올림픽고속도로가 2015년 확장되면서 ‘광주~대구 고속도로’로 이름이 변경됐으나 ‘광대고속도로’라고 불려 광주와 대구 지역 주민들이 ‘달빛고속도로’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서 부산 기장군 일광면을 연결하지만 도로 명칭에 김해가 빠져 있어 경남 지역 시민단체 등이 ‘김해~부산 고속도로’로 개정해 달라는 탄원서를 최근 제출했다.

이 같은 지역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토부는 ‘고속국도 등 도로 노선번호 및 노선명 관리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속도로 이름을 도로 기점과 종점을 우선 사용하되, 도로 통과 지역의 지리적 위치를 이름에 넣거나 역사·문화자산을 기념하는 명칭 등을 2곳 이상의 지자체장이 동의해 공동 요청할 경우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 관계자는 "경인고속도로가 오랜 역사성을 지닌 데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어 갑자기 바꿀 경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며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명칭 변경에 따른 득실을 잘 따져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