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1.jpg
▲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에 일본과 한국, 중국 세 나라를 차례로 방문하는 것을 두고 일본과 중국은 2박3일, 한국에서는 1박2일을 체류한다고 해서 ‘코리아 패싱’이라는 논란이 있다. 사실 미국 대통령이 일본보다 한국에서 하룻밤을 덜 묵는다는 데 그냥 무시해도 좋을 사안은 아닐 것이고, 이를 두고 코리아 패싱 운운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요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중·일 삼국 순방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이냐에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발 빠르게 트럼프와 북한 납치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 부모의 면담에 공을 들이는 등 이번 기회에 대북 강경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입장에서 핵 미사일로 빚어진 동북아 긴장 상태를 적극 활용해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곧 있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데 대북 강경론이 매우 효과적 수단일 터이고, 이를 통한 미·일 군사협정 강화는 그의 숙원인 평화헌법 개정과 일본 재무장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당연히 예측할 수 있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대북 강경론은 적절하다고 하기가 어렵다. 물론 북한의 태도 변화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 유화론이나 떠들고 있을 만큼 한가한 바도 아니다. 북한이 하는 짓을 보면 강경론 이상의 응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름 이해가 되는 현실 아닌가. 들리는 바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국회 연설에서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 강화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리라고 한다. 평소의 트럼프식 발언에 비춰 보면 당연히 강경론으로 흐를 것이란 점을 알 수 있고, 지금까지 진행된 미·북의 거친 언쟁이 수그러들 기미는 전혀 없으니 말이다.

 15년 전 조지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악(惡)의 축’이라고까지 격렬한 표현을 했으나 정작 방한했을 때는 도라산역을 방문해 남북이 대결보다는 화해해야 한다는 쪽에 메시지를 전해 우리로 하여금 안도의 숨을 내쉬게 한 바 있다는 걸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이 왜 악의 축과 화해라는 메시지를 던졌을까? 그것은 한반도가 처한 상황을 한국민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의 일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1박 2일 한국 방문은 이런 역사에서 배울 바가 적지 않다. 즉,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이 아닌 서울에서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평화의 메시지’를 부각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북한에 대해 경제적 제재나 압박 강화가 불필요하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분명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대북 압박 강화에 상당 부분 합의할 것이다. 이미 중국의 최고 권력자로서 거의 황제 수준의 권력을 손에 쥔 그로서는 자신의 후반기 5년에 중국의 꿈을 이루려면 미국과 갈등 관계를 확대할 이유가 전혀 없기에 분명히 추측할 수 있는 일이려니와 중국 경제, 특히 대미 무역을 고려해서 적당한 태도를 취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삼국 방문은 대북 문제를 비롯해 한반도에서 평화적 기류가 어떻게 흘러갈지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더하여 트럼프는 이번 순방에서 자국 내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통상 분야에서 최대한의 실리를 얻어내려 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 문제에서는 한·중·일 삼국이 공히 ‘최대의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관련해 자동차, 철강 등에서 대폭 양보를 요구할 것이며, 중국에도 농산물이나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을 대폭 늘려 달라는 요구를 내놓을 것이며, 일본에도 농축산 분야에서 개방 요구가 따를 것이다.

 25년 만의 국빈 방문, 한미 정상의 우의와 신뢰라는 공식적인 성명은 마땅히 있어야겠으나, 국익을 위한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면서도 단호히 대처해야 하리라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심으로 평화를 갈망하는 한민족의 염원을 들으시라.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