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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분간의 시간여행은 영화가 선사하는 최대의 즐거움이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로 관객을 초대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야 말로 진정한 꿈의 공장이라 불릴만하다. 할리우드는 그 꿈의 산실로 우리의 판타지를 가시적으로 재현해주는 곳이다. 내일의 스타와 예술가를 꿈꾸는 청춘들로 언제나 북적이는 그곳에서 수많은 열정이 탄생하고 좌절하길 반복한다. 영화 ‘라라랜드’는 로스앤젤레스의 풍광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제목인 라(LA)는 할리우드를 품은 도시 로스앤젤레스(LA)를 지칭한다.

 꽉 막힌 도심의 고가차도가 한 순간에 무대로 변한다. 여성이 차 밖으로 몸을 내밀며 노래를 부르자 마치 신호탄처럼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후 경쾌한 몸놀림과 흥겨운 리듬으로 가득찬 화면은 이 작품이 뮤지컬 영화임을 선언하고 있다. 영화 ‘라라랜드’는 뮤지컬 장르의 황금기인 50년대 명작들을 소환해 그에 대한 헌사와 더불어 노스탤지어가 동반된 꿈과 환상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자신만의 재즈 카페를 꿈꾸는 세바스찬은 현재 단기 일용직 피아니스트로 근무하며 이곳 저곳을 떠돈다. 훌륭한 연주자임에도 그의 클래식 재즈에 대한 외곬적 사랑은 대중에게 지지를 받지 못한다. 연인 미아도 세바스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배우로 활동했던 이모를 동경해 결국 잘 다니던 대학도 그만두고 할리우드에 왔지만 몇 년 째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닐 뿐이다. 번번이 고배를 마신 미아는 사실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극작, 연출, 배우까지 모두 도전해 보라는 세바스찬의 응원에 힘입어 그녀는 다시 용기를 낸다. 반면 세바스찬은 잠시 자신의 꿈을 보류하고 그녀가 바라는 안정적인 직업 연주인의 길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갈등이 시작되고 그 골은 깊어만 간다.

 영화 ‘라라랜드’는 남녀의 연애담을 유쾌하게 그려낸 로맨틱 코미디의 이야기 위에 춤과 노래로 뮤지컬의 특징을 탁월하게 접목시킨 작품이다. 매력적인 안무와 정교한 카메라 워킹은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결합하여 놀랍도록 환상적인 장면을 선사한다.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영상미도 좋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백미는 두 사람의 마지막 이야기에 있다. ‘만일 그랬더라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에서 전개되는 함께 이루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은 긴 여운을 남긴다. 만약 ‘라라랜드’의 엔딩이 기존의 장르 법칙을 따라 해피엔딩으로 끝맺었더라면, 여느 할리우드 영화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오락영화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다른 길을 택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는 현실적인 결말은 씁쓸함을 주는 반면 새로운 희망으로도 다가온다. 좌절을 통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는 것, 어쩌면 행복은 꿈의 성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꿈꾸며 나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은 아닐까! 꿈이 있어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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