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영세민들을 위해 지었던 주택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삶의 환경에 맞춰 변화된 구조를 보인다. 인천시립박물관이 지난 2014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당시 남아있던 용현동 475-32번지 부영주택은 다다미 바닥을 온돌로 교체했고, 건물 내부에 있던 화장실은 마당으로 옮겨졌다. 방을 거실로 만들었고, 안뜰에는 건물과 연결되도록 방을 만들었다. 화장실과 창고도 따로 지어졌다.
일부 부영주택은 팍팍한 서민들의 삶의 모습이 반영되기도 했다. 내부를 분리한 후 별도의 대문을 두고 하나의 주택을 여러 가구가 사용했다. 부영주택 1호 표준평면 주택은 부지면적 119㎡에 건축면적은 49.59㎡였다.
하지만 현재 용현동 부영주택은 용마루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진행되면서 모두 철거된 상태다. 인천 곳곳에 위치한 나머지 집단주택들도 용현동 부영주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천에서 유일하게 한옥형으로 건설된 송림동 부영주택은 당초 55동의 건물 중 26동만이 남아 있다. 25동이 지어진 숭의동 부영주택은 단 3동만이 흔적이 남았다.
민간이 건설한 사택의 형편도 비슷하다. 북성동에 위치한 동양방직 사택은 최초 11동이 지어졌지만 현재는 4동만이, 학익동의 제국제마주식회사 사택은 31동 중 7동만이 남아 있다. 제국제마주식회사는 1939년 인천에 진출한 회사로 조선총독부의 아마(亞麻, 리넨의 원재료가 되는 식물)증산 계획에 따라 인천에 공장을 건설했다. 해당 사택에는 조선인 노동자들이 거주했다.
이희인 인천시립박물관 유물관리부장은 "지난 2014년 집단주택 조사 당시 용마루지역의 부영주택은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상태였다"며 "건물이 헐리더라도 그것이 가진 역사성은 지역사회에서 보존될 수 있도록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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