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시작부터 지방분권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는 지방분권 개헌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입장 차이로 논의에는 소극적인 모양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일 전국의 기초지방자치단체장 30명이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지방분권 개헌을 촉구하는 대국민 공동 신년사를 발표했다. 이들 기초 단체장은 지방분권형 개헌은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핵심 과제이자 시대의 소명이라며 "중앙정부는 개헌 이전이라도 정부 결정으로 개선할 수 있는 지방분권 과제들을 바로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간절한 열망의 방증이라 하겠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지방분권 개헌은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마침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해소해야 한다며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펼쳐지는 등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지방분권 개헌은 시대적 요구이자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중앙정부 등 기득권자들에 의해 철저히 외면받아 왔다.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중앙집권적 권위 의식과 제도적 한계에 번번이 부딪혀 한계성을 노출해왔다. 이렇게 된 결정적 이유는 현행 헌법에 있다. 헌법에서 지방자치에 관한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채 지방자치제도의 주요 내용을 법률에 위임함으로써 중앙정부에 재정과 권한이 편중되고 지방자치권도 제한받아 왔다. 그러나 문제는 정치권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정계특위나 개헌특위가 구성돼 논의되면서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편차는 좁혀졌다. 그런데 이들의 생각은 지방분권이나 국민의 기본권보다는 통치 형태 즉 대통령 중심제로 갈 것이냐, 이원집정제로 갈 것이냐, 의원내각제로 갈 것이냐 여기에 대한 충돌이 생겼다. 그래서 지방분권이 오히려 그들의 여야 간 정치 논리로 묻히고 있다. 당리당략과 선거용으로만 생각했다면 안 될 일이다.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연초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방분권 개헌은 물론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모두 찬성 여론이 절대 다수다. 개헌을 위한 국민 투표는 국민과의 약속이기도하다.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실기로 인해 지방분권 개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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