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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대북 석유금수(禁輸) 강화의 의미

이재석 인천대 교수/전 한국정치외교사학회장

2018년 01월 11일(목) 제10면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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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석 인천대 교수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과 시험으로 동북아 국제정세는 더욱 불안정해졌고, 국제사회와 북한과의 대치관계는 더 굳어지고 있다. 지난달 12월 23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2397호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그것은 북한에 대한 유류공급 제한, 해외 북한노동자 송환, 북한에 대한 무역제재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결의안이 나온 후 하루 만에 북한 외무성의 성명서를 발표해 제재에 반발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시험에 대한 유엔의 제재가 거듭돼 왔고 또 제재가 강화돼 왔기 때문에, 현재 취해지고 있는 제재가 북한에 큰 경제적 타격을 줄 것이라 예상되지만, 그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 할 수 있다.

 제재 강도를 판단하기 위해 모든 금수 품목을 검토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유류공급 제한과 북한노동자 송환이란 제재는 수치로 표시되고, 그 효과는 북한 내 유류가격의 등귀나 임금수입의 감소로 보도돼 왔다. 내가 보기에 과거 국제정치사에 있었던 석유 수출 금지의 역사적 사례를 유추해 보면 대북제재의 강도를 판단할 수 있다. 대표적인 역사적 사례 2개를 보기로 한다.

 첫 번째 사례는 무솔리니 집권시대 이탈리아에 대한 국제연맹의 석유 수출 금지 제재이다. 이탈리아는 1934년 이탈리아령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접경지에 있는 왈왈(Ual-Ual)이란 오아시스에서 에티오피아와 충돌한 사건을 구실로 1935년 10월부터 에티오피아 정복 군사작전을 시작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국제연맹은 헌장에 따라 이탈리아에 대한 경제관계를 단절하는 제재를 하였다. 그러나 이 제재는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영국은 유럽으로 전쟁의 확산을 우려해 이탈리아에 상당기간 석유수출을 계속했고, 아프리카 상황의 악화로 영국과 프랑스가 석유 수출을 금지하고자 하였으나 국제연맹 가입국이 아닌 미국의 이행을 강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에티오피아는 1936년 6월 이탈리아에 병합됐고, 국제연맹은 곧 이탈리아에 대한 제재조치를 철회했다.

 두 번째 사례는 태평양전쟁 발발 직전 일본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 제재이다. 일본은 1931년 만주사변,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켜 중국을 침략한 후 1940년에 이르러서는 인도차이나와 인도네시아까지 침략했다. 이에 대한 제재로 미국은 일본에 대한 철광석과 기계류 수출 금지 조치를 취했는데, 석유 수출 금지는 맨 마지막으로 1941년 7월에서야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차이나로부터 일본군을 철수시키고 중국 민국 정부를 지원해 중국의 원상회복을 꾀하려는 미국과 그에 반대하는 일본의 협상이 정체된 후, 일본은 남진정책을 확정해 진주만을 선제 공격했다. 그리고 태평양전쟁 결과 일본은 패망했다.

 이처럼 석유 수출 금지는 경제제재 가운데 가장 강도가 강한 제재이고, 석유는 수출 금지 품목 가운데 맨 마지막에 포함되는 전략품목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397호는 북한에 대한 정유제품 공급량을 50만 배럴로 제한했는데, 이 양은 유엔의 석유 수출 금지란 제재가 있기 전 공급량 450만 배럴에서 다시 90%가 축소된 양이다. 결의안은 또한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연간 400만 배럴로 명확히 제한하고 있고, 회원국은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량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북한이 추가로 도발할 경우 원유공급을 추가로 제한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이 단서는 향후 북한이 추가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할 경우 원유공급 제한이란 제재를 예비하고 있다. 이것은 유엔 결의안 2397호의 북한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 카드가 어느 정도 강력한 제재인가를 말해준다. 이제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 이런 국면에서 평창올림픽의 평화적 개최를 위해 남북이 대화에 나섰고 미국과 중국이 남북회담의 성공을 위해 응원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위기란 위험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남과 북의 당국자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평화적 개최란 행사회담에 그치지 말고 긴 역사적 안목과 세계사적인 시각을 갖고 지금부터라도 남북한 조성된 긴장 관계를 해소하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적 민족 통일의 길로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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