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를 밑도는 최강 한파에 서민들의 삶도 꽁꽁 얼어붙었다.

인천시 서구 신현동에 사는 이백순(81) 할머니는 30년 전 배우자와 사별 후 혼자 살고 있다. 이 할머니는 한파가 불어 닥친 11일에도 여전히 길거리를 돌아다닌다. 난방비를 마련해야 해서다.

▲ 이백순(81) 할머니가 난방비 마련을 위해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게 길에 떨어진 불구 불법 전단지와 명함등을 찾아다니고 있다.    김태형 인턴기자
▲ 이백순(81) 할머니가 난방비 마련을 위해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 길에 떨어진 불법 전단지와 명함 등을 찾아다니고 있다. 김태형 인턴기자
이날은 경인아라뱃길의 일부 구간이 얼어붙을 정도의 한파가 몰아쳤다. 동 주민센터는 불법 명함 500장당 2천 원, 벽보 전단 1장당 20원 씩 준다. 낡은 철제 손수레를 끌고 길거리에 떨어진 명함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또 전봇대나 벽에 불법 전단지가 붙어 있지는 않은지 연신 고개를 돌린다. 머리에 모자를 쓰고 장갑도 꼈지만 한기는 온 몸을 파고든다.

이백순 할머니는 "날씨가 춥지만, 난방비와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나오지 않을 수 없다"며 "얼마 전에는 전단을 배포하던 이에게 욕을 들었는데 가슴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이망향(78) 할머니는 하루에 연탄 세 장으로 추위를 견딘다. 그는 기초노령연금으로 생활비와 난방비를 메운다. 날씨가 추울수록 형편은 더욱 팍팍해진다.

매서운 한파는 재래시장에도 불어왔다. 이날 서구 정서진 중앙시장에는 갑작스러운 추위 탓으로 손님의 발걸음이 멈췄다. 두터운 옷차림의 몇몇 주부들과 노인들이 채소가게 앞에 모인 게 전부다. 일부는 불을 피운 양철통에 둘러 서 연신 손을 녹이고 있다.

과일 장사를 하는 김모(54)씨는 "기온이 풀리는 낮 시간이 지났는데도 평소 매출보다 절반 이상이 떨어졌다"며 "요 며칠 계속해서 한파가 온다는데 걱정"이라고 한탄했다.

상인들은 조금이나마 추위를 피하기 위해 비닐 천막을 치고 손님들을 기다린다. 그럼에도 매서운 한파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다.

장을 보러 온 손님들도 서둘러 떠나는 모양새다.

석남동에서 온 박모(50·여)씨는 "전통시장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찾았는데, 이렇게 추울 줄 몰랐다"며 "여러 물건을 보고 싶었는데 날이 추워 필요한 것만 사고 빨리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각 지역 주민센터들도 유래 없는 한파에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김한필 동구 송림3·5동 주민센터장은 "이어지는 한파에 홀몸노인이 많은 동구에 비상이 걸렸다"며 "통장과 홀몸노인보호사 등을 통해 취약계층 가구를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하고, 이불과 방한용품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도권기상청 인천기상대는 지난 10일 오후 10시를 기해 인천과 강화군에 한파주의보와 한파경보를 각각 발효했으며, 12일 아침까지 최저기온이 영하 12~13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김태형 인턴기자 kt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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