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방송장악' 공작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질 전망이다.

13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김 전 사장을 이르면 내주 초반 국정원법 위반(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MBC 사장으로 재직한 김 전 사장은 국정원으로부터 'MBC 정상화 문건'의 내용을 전달받은 뒤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을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고 퇴출 대상으로 분류된 기자·PD 등을 대거 업무에서 배제한 의혹을 받는다.

실제로 그의 재임 기간 MBC에서는 PD수첩 등 간판 시사 프로그램 폐지, 기자·PD 해고 등이 잇따랐다. 2012년 파업 이후에는 파업 참여 직원들이 기존 업무와 무관한 스케이트장, 관악산 송신소 등으로 전보되는 등 취재·제작 현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다.

검찰은 국정원의 MBC 담당 정보관이 주로 전영배 전 MBC 기획조정실장을 통해 문건 내용을 전달했고, 김 전 사장이 문건에 적힌 '로드맵'을 그대로 실행했다고 본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은 "MBC는 장악할 수도, 장악될 수도 없는 회사"라며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11월 김 전 사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 업무방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이후 국정원에서 제출받은 MBC 관련 내부 보고문건 등 추가 증거를 바탕으로 보강 조사를 벌였으나 그를 구속할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판단해 불구속 기소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이명박과 아줌마부대' 차미숙 대표 등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 부대 가운데 아직 기소되지 않은 '사이버 외곽팀' 팀장들도 조만간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이들에 대한 형사 처분이 끝나면 외곽팀 관련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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