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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시청 공무원들이 ‘공공부문 차량2부제 홍보 및 미세먼지 발생 시 행동요령’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 = 안산시 제공
경기남부권 A시에서 근무 중인 김모 주무관은 최근 자가용을 끌고 출근하려다 시청 주차장 앞에서 환경부서 직원들의 제지에 차량을 돌려야 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수도권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으로 자신의 차량번호가 출입이 제한되는 짝수 날짜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차량을 되돌린 그는 마땅히 주차할 데가 없어 청사 근처 유료주차장에 일일주차권을 끊고 차량을 세워둘 수밖에 없었다.

그는 "차량 2부제 시행 취지와 달리 직원들 대다수가 자가용을 끌고 와 인근 유료주차장에 대는 게 현실인데 괜히 월 주차권만 못 쓰게 돼 정책에 반감만 더 생긴다"며 "공무원이 미세먼지를 악화시킨 주범도 아닌데 차량 2부제가 이를 절감시키는 능사처럼 여겨져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도내 공공기관들이 극심해진 미세먼지 해소를 위해 차량 2부제를 전면 시행하면서 유료로 운영되는 청사 주차장 내에서 정기주차권을 끊은 공무원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공무원들은 정부 방침에 맞춰 선도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뚜렷한 근본대책 없이 획일적으로 ‘공무원부터 시행하고 보자’는 식으로 추진하는 데 반감을 보이고 있다.

22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수도권 행정·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차량 2부제가 첫 시행된 이후 수도권 지역 7천650개 행정·공공기관 임직원 52만7천 명에게 비상저감조치 발령 사실을 통보했다.

이 중 청사 내 유료주차장을 운영 중인 공공기관은 매달 1∼4만 원씩 월 주차권을 끊고 이를 이용하고 있지만, 의무적으로 차량 2부제를 따라야 하면서 인근 유료주차장이나 상가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량 2부제에 동참하고 있는 수원시청 공무원들은 이 같은 이유로 청사 인근 무료 노상주차장이나 대형마트에 차량을 대놓고 있다.

한 공직자는 "직원들의 근무 편의를 위해 월 주차권을 발행받아 이를 이용하고 있지만 매번 미세먼지 수치가 오를 때마다 이럴 수 없는 노릇 아니냐"며 "이런방식의 행정은 결국 보여주기식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면적으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점차적으로 정책 취지에 공감하는 직원들이 늘면 자연스럽게 불만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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