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00.jpg
▲ 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흰 장미를 달고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흰 장미는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인 '미투'를 상징한다.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성폭력 사실을 고발하는 미투(Me Too)운동이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내 대학가에도 연이은 폭로와 사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내 대학생들은 이러한 미투 운동에 대해 대체적으로 동의하지만, 일각에서는 운동의 본래 의미에서 벗어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2일 도내 한 대학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A4용지 반쪽 분량의 사과문이 올라왔다. 과대표로 있는 자신이 올해 신입생과 가진 모임에서 술에 취해 신입생과 둘만 남은 자리에서 경솔한 언행을 했고 이에 대해 피해 학우와 재학생들에게 사과한다는 내용이다.

이 사과문 게재를 두고 학내 여론은 분분하다. 어려운 용기를 낸 만큼 라는 용서를 해주자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잘못을 고작 사과문 한장으로 덮을 수는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과문 게재는 가해 학생이 최근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미투 운동은 앞서 서지현 검사의 검찰내 만연한 성폭력 폭로로 촉발된 이후 문단으로 번져 고은 시인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논란을 빚었으며, 최근 연기자 조민기 씨가 청주대 교수 재직 중 제자들을 상습적으로 추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문화계와 대학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도내 대학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실제 서울예대에서는 유명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태석 교수가 제자와 배우들을 성추행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학생들이 오 교수의 해임과 퇴출을 요구하고 나섰고, 단국대에서는 여성 조교를 추행해 정직 처분을 받은 교수가 다시 복귀한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들이 반발하며 복귀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도내 대학생들은 이러한 미투 운동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급진적인 미투 운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다른 형태로 운동이 변질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주대에 재학중인 A씨(22·여)는 "오로지 성적 대상으로만 치부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여성들이 마찬가지 일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미투 운동은 쉬쉬해왔던 사실을 말할 수 있도록 여성들에게 충분한 용기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B씨(23)는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이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며 "다만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 타 여권신장 강요 및 남성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나훔 기자 hero43k@kihoilbo.co.kr

박종현 인턴기자 qwg@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미투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