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3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남을 놓고 거칠게 충돌했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날 청와대를 항의 방문한 데 이어 안보 관련 국회 상임위의 긴급 소집을 요구하면서 간신히 정상화된 2월 임시국회가 또다시 예기치 못한 걸림돌에 직면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김 부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4년에도 남북군사회담 대표로 방남했지만 당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대화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점을 집중 거론하며 보수진영이 ‘내로남불’식 무분별한 공세에 몰두하고 있다며 방어막을 높이 쳤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0월 15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 나선 북측 회담 대표가 김영철 대표"라며 "안보 무능 세력에 불과한 한국당은 자기 나라 잔치에 재 뿌리는 행동을 즉각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내부에선 그러나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할 때 김 부위원장의 방남이 부담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솔직히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도 김 부위원장 방문에 대해 "우려는 있지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평화는 지켜져야 한다"며 "보수야당의 평화 알레르기가 재발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의 배후라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지만 정작 박근혜 정부 시절 군사회담 파트너로 접촉한 사실이 있다"며 민주당 입장에 적극 동조했다.

 반면 한국당은 김 부위원장을 천안함 폭침 당사자로 단정 지으며 그가 한국 땅을 밟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결사반대’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 항의방문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을 즉각 철회하라"며 "우리 땅을 밟는 즉시 긴급 체포해 군사법정에 세워야 할 김영철을 문재인 대통령이 받아들인다면 친북 정권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 정권이 아무리 이판사판 막가는 정권이라 해도 받아들일 것이 있고 받아들여선 안 될 것이 있다"며 "제아무리 주사파가 득세한 청와대라 해도 이 나라는 주사파의 나라가 아니라 국민의 나라란 점을 잊지 말아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김영철 방한 절대 불가’ 입장을 담은 결의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도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국군 통수권자가 해군 46명을 살해한 전범을 만나 대화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는 대한민국과 우리 군, 국민을 능멸하고 모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으로 이날 국회 일부 상임위는 파행하거나 반쪽 운영됐다.

 애초 법안 심사를 위해 예정된 운영위는 위원장인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긴급 출석을 요구하며 20분 만에 갑자기 정회, 민주당 지도부의 거센 반발을 샀다.

 정보위 역시 한국 당 측 요구로 간담회 형태로 소집됐지만 여야 의원 모두 불참해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