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한 취업 정보센터 ‘잡스(Job’s) 인천’을 찾은 지역 청년들이 일자리 정보를 알아보거나 취업 공부를 하고 있다.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제공>
▲ 남동구 구월동에 위치한 취업 정보센터 ‘잡스(Job’s) 인천’을 찾은 지역 청년들이 일자리 정보를 알아보거나 취업 공부를 하고 있다.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제공>
"제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인천지역 청년실업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졸업과 구직시즌이지만 이들에게 앞길은 보이지 않는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은 사회가 요구하는 그것과 동떨어진 지 오래다. 그렇다고 새로운 길을 찾기도 버겁다. 어디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취업 보릿고개 3월’은 그들에게 잔인하다.

지난해 12월 인천시가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 문을 연 ‘잡스(Job’s) 인천’은 문전성시(門前成市)다. 지금까지 1천여 명의 구직자가 다녀갔다. 이곳을 찾는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내가 과연 직장을 가질 수 있을까’이다. 여기에는 자괴감과 패배감이 배어 있다. 그들은 분명 하고 싶은 일이 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될지 감조차 서지 않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담을 신청하고 정보를 수집하지만 불안감과 답답함은 가시질 않는다.

인천의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이모(26)씨가 그런 경우다. 이 씨는 취업이 그나마 잘 되는 학과를 졸업했지만 적성에는 도무지 맞지 않았다. 졸업 후 1년 동안 IT(정보통신기술) 관련 창업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접했다. IT회사에서 기획과 영업 마케팅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 씨는 "취업한 다른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다급해진다"며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업에 들어가고 싶지만 그저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무슨 공부를 하고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지 캄캄하다.

종합병원에 취업하고 싶은 임상병리학 전공자 김모(22·여)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가천대 길병원이나 인하대병원을 직장으로 삼고 싶지만 진료 지원부서는 공채가 거의 없다. 임상병리사는 요즘 대다수가 계약직이고, 외주 업체에 맡긴 병원도 많다. 김 씨는 "기존 임상병리사들은 근무 여건이 지금보단 나아서 좀처럼 관두지 않는다"며 "들어가기 힘든 것을 알지만 일단 자기소개서를 잘 쓰는 법부터 배우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4분기 인천지역 청년실업률은 8.6%, 7만∼8만 명의 인천 청년들에게 이 씨와 김 씨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니다.

답답하기는 잡스 인천 측도 마찬가지다. 직무 컨설팅을 하고 현실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는 있지만 구직자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 구직자별로 능력과 자질을 알아보고 그에 맞는 직장을 추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밀도 있는 상담을 하기에는 컨설팅 인력도 태부족이다.

오현주 전 인하대 교수는 "청년들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한국 사회가 비전이 없다는 의미"라며 "창업에 도전하다 망하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불안감과 중소기업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안정된 직장만 찾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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