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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지하철2호선에 마련된 임산부 배려석. 분홍색 스티커에는 ‘임산부를 위한 자리니 양보해 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얼마 전 인천도시철도 2호선을 타고 남동구청에 가려던 초기 임신부 김모(32)씨는 다리가 붓는 느낌에 노약자석에 앉았다. 그런데 다음 역인 주안역에서 노인 승객 4명이 함께 탔고, 이 중 한 명만 자리에 앉지 못하자 자연스럽게 김 씨에게 눈길이 쏠렸다.

김 씨는 자신이 임신부라는 사실을 순간 잊고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따로 마련된 임신부석에는 한 아주머니가 앉아 있었는데, 김 씨는 아직 배부른 티도 나지 않아 양보해 달란 말도 못했다. 결국 김 씨는 빈자리가 생길 때까지 여섯 정거장을 힘겹게 서서 갔다.

최근 인천시가 ‘교통약자 친화도시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임신부를 위한 정책은 미흡한 수준이다.

14일 시에 따르면 지역 내 교통약자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84만4천160명으로 전년 대비 1.8% 늘었다. 교통약자 분포는 65세 이상 노인(40.9%), 12세 이하 어린이(40.2%), 장애인(16.4%), 임신부(2.5%) 등 순이다.

시는 올해 교통약자 이동 편의 향상과 보행환경 개선 관련 예산을 지난해보다 4.5% 증액해 저상버스, 특장차량, 장애인콜택시 등 교통수단 확충과 이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무료 지원사업 등을 함께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정책은 장애인이나 노인에게 편중됐고, 임신부들을 위한 배려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나마 지난해 인천도시철도 등에 임신부 배려석(1호선 544석, 2호석 148석)을 설치했으나 임신부는 뒷전이다. 임신부임을 알리는 배지나 열쇠고리 등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임신부 A(31)씨는 "임신 초기에 전철에 서 있기가 힘들어 다음 역에 내려서 의자에 앉아 쉬었다가 다시 탔다가를 반복했던 경험이 있다"며 "임신부인 것을 알고 양보해 주는 시민들도 많지만, 아직도 모른 척하는 사람이 많고 그럴 때면 괜히 더 서럽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인천교통공사는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활동과 함께 부산지하철의 ‘핑크라이트’ 등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 핑크라이트는 특정 발신기를 소지한 임신부가 접근하면 임신부 배려석 옆에 분홍색 빛이 켜지도록 하는 장치다.

공사 관계자는 "임신부 등 교통약자 배려 캠페인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여기에 핑크라이트와 같이 실질적으로 임신부가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자리를 양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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