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폭탄 예고로 세계 양대 경제대국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서막이 열렸다.

양국의 출혈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부수피해가 예상되면서 서서히 회복돼가던 세계 경제에 다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관세를 물리고 중국의 대미투자를 제한하라는 지시를 담은 행정명령에 22일(현지시간)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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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中 '무역전쟁'…트럼프,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관세 행정명령 서명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산 수입품에 500억 달러(약 54조 원)의 천문학적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대미 투자도 제한하는 초강경 조치를 단행했다.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이 같은 명령은 추후 선별되는 500억달러(약 54조원)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 1천300품목에 25%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로 이어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많은 조치 중에서 첫번째"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대중 추가 무역조치를 예고했다.

'혹시나'하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지켜보던 중국은 관세폭탄이 더욱 구체화하자 불안과 분노를 표출했다.

반미감정과 함께 보복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관영 매체들은 "중국과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 정부는 정면대응을 기다렸다는 듯 고율관세 방침이 발표된 지 24시간도 지나기 전에 바로 보복관세로 맞받아쳤다.

중국 상무부는 23일 오전 성명을 통해 30억 달러(약 3조2천400억원)에 이르는 미국산 철강, 돈육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산 돼지고기에 25%, 철강 파이프·과일·와인에 15% 관세를 각각 부과한다는 것이다.

무역전쟁은 미국과 중국 경제에 불가피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로 우려되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 의회전문 온라인 매체 '더힐'은 미 산업계가 트럼프 행정부의 일괄적인 관세 접근이 중국을 벌하기보다 오히려 미국 업체들을 해치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과 의회를 상대로 관세 인하나 철회를 설득하기 위한 공동노력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대국의 무역전쟁은 양국뿐 아니라 곧바로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폭탄 행정서명에 서명한 이후 이날 유럽 증시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날보다 1.23%,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38%,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1.70% 떨어졌고 범유럽지수인 Stoxx 50 지수는 전날보다 1.73%나 하락했다.

뉴욕 증시에서도 주요 지수가 큰 폭으로 내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93%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5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43% 떨어졌다.

미국과 중국을 벗어난 세계 각국도 새우등이 터질라 고심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수요 위축과 제품 가격 상승으로 미·중 기업과 소비자가 피해를 볼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부수적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더 나아가 세계 경제 강국들 간의 무역전쟁은 1990년대 이래 글로벌 시장을 지탱해온 다자·양자 경제 원칙의 체계를 뒤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중간 무역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대미·대중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로서는 중국에 중간재를 많이 수출하는데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원재료를 가공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가공 무역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 갈등 고조로 자칫 한반도 안보지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다른 한편에서 목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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