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도시계획시설 일몰제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상지를 놓고 ‘우선순위’ 책정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 12일 남구 기호일보 인천본사에서 열린 ‘도시공간시설 일몰제 해제에 따른 대안 모색’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계획 수립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경수 인천대 전 총장은 "앞으로 일몰제까지 2년이 남았는데 인천시는 어떤 것을 보상하고 관리는 또 어떻게 할지 용역이나 주민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았다"며 "필요한 시설이 어떤 것인지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재정이 정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자체 재정으로 모든 시설을 조성하기 힘들다는 한계에 따라 현실적인 조성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꼭 확보해야 하는 도시계획시설과 해제해도 무방한 곳을 추려내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일몰제는 재산권 침해 문제가 있어 공원, 도로, 유원지 등 우선순위가 나와야 예산을 예측할 수 있다"며 "짧은 기간 안에 무엇을 하는 것이 현명하고 적극적인 방법인지 현황을 파악하고 정책적으로 시 정부가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원제무 전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은 "도시계획시설 수요공급은 미래적 추정치에 근거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저성장시대 도래에 시에서 과연 얼마만큼 시설이 필요한가 장기 투영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원이 20년 후에 얼마나 필요한지 그에 따라 해제시키고 집행하고, 민간 개발 등 큰 틀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재정 투입할 곳은 예산을 들이고 아닌 곳은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종국 인천대 교수는 "공원 등 공공재로 확보해야 하는 곳은 시가 채권을 발행하든 사 주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일몰제의 취지"라며 "그 외에 과잉 지정했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과감하게 풀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 상황에 미루어 보더라도 시의 자체 대응책 마련은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미집행 공원 조성과 도시재생사업, LH 토지은행제도를 연계시키자는 의견이 토론 중 나왔지만 현 시점에서는 녹록지 않다는 설명이다. 도시재생사업을 이끄는 국토교통부에 공원부서가 없어 개발제한구역 부서에서 담당하는 등 연계가 매끄럽지 않기 때문이다.

 배준환 시 공원녹지과장은 "(장기미집행 공원의)실효가 2년밖에 안 남았는데 검토한다는 것 자체가 현 단계에서 어렵다고 본다"며 "시에서는 지역자원세 등을 일부 활용하되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하자는 의지가 있다"고 향후 방향을 설명했다.

 일몰제 시행 시 난개발 등 우려되는 문제는 행정적 장치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서 교수는 "(도시계획시설을)풀어줄 때도 합법적 범위 내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면적이 일부 있다. 그래서 도시계획적으로 다 열어 둔 상태에서 같이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원 전 회장은 "(민간특례사업은) 업체가 아파트를 지을 때 주변 시설에 따라 공공시설을 먼저 짓도록 행정이 정책적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에 병원이 있다면 요양시설을 짓고 나머지 아파트를 조성하는 등 기존 토지 이용을 보고 공공성이 강한 시설을 주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민간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별도의 표를 만들어 유치일정과 연차별 예산집행 계획 등을 빠른 시일 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개발 우려에 대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민배 인하대 교수는 "인천에서 도시형생활주택을 허가해 상당히 난개발이 되고 있는데, 차라리 체계적으로 관리했으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민간 자본을 유치해서 시설을 활용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다 풀려서 도시형생활주택 등을 세우게 되면 더 무책임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 일몰제 적용 도시공간시설 해결방안에 대한 좌담회가 지난 12일 인천시 남구 기호일보 인천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려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일몰제 대상 부지 활용 방안을 놓고 발상을 전환한 구체적인 제안들도 뒤를 이었다.

 안 전 총장은 "송도유원지 부지에 드론, AI, 헬스케어 첨단단지 등 4차 산업 관련 시설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원 전 회장도 "AI, 빅데이터 등 융·복합 캠퍼스가 추세인데 송도유원지의 브랜드 가치와 유원지의 엔터테인먼트 성격을 녹이면 정체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서 교수는 "시가 이전계획이 있는 공공청사를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로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며 "기존 시설을 이전하면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예산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계획은)시가 적극적인 용역을 통해 찾아내야 하는 방법이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안이 시급한 만큼 시장이나 부시장 직속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또 사회적 공감대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공감했다.

 원 전 회장은 "동네 계획을 따로 만들고 생활권 단위로 계획을 세우는 등 주민 참여를 유도한다면 주민이 원하는 내용이 반영되면서 사유재산 논란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선거가 다가오니 원도심재생청·본부 이야기가 나오는데 오히려 일몰제 부분을 공론화시켜야 한다"며 "시장·부시장 직속 등 통합기구를 여론으로 정책제안 한다면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소유자들은 토지가치를 높이길 바라고 시민들은 삶의 질 향상을 바라는데, 이러한 가치 충돌을 조정하는 것이 시 정부의 역할이다"라며 "어떤 부분을 해지하고 보상할지 투명하고 공정하게 정리돼서 인천시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정리=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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