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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지엠 부평공장. /사진 = 기호일보 DB

한국지엠 운명의 갈림길이 당장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노사는 9차 임단협 협상을 벌였지만 성과는 없었다. 글로벌GM은 20일 이후 곧바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겠다고 으름장이다. 지역에서는 ‘2000년 대우자동차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천시는 무사안일(無事安逸)이다. ‘조기 경영 정상화’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대비책 또한 없는 상태다. 지역경제의 한 축이 무너지는 데도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 <관련 기사 3·7면>

16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한국지엠과 관련해 밝힌 선제적 대응 조치는 ▶긴급경영안정자금 700억 원 지원 ▶특례보증 200억 원 지원 ▶한국지엠 희망퇴직자 및 협력업체 근로자 대상 전직 및 재취업 훈련 지원 확대 ▶세금·사회보험료 체납 처분유예 ▶외국인투자지역 신속 지정 ▶범시민협의회 구성 및 궐기대회 등이다.

하지만 시가 밝힌 대책을 살펴보면 곳곳에 허점이 많다. 5만3천 개의 일자리와 20만 시민의 생계, 인천 지역내총생산(GRDP)의 15%, 수출의 23%를 맡고 있는 한국지엠에 대한 ‘대책’이라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은 한국지엠 협력업체에 최대 7억 원까지 2%의 금리를 보전한다. 당장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들에겐 희소식일지 모르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미봉책일 뿐이다. 협력업체들을 도울 특례보증은 아직 재원 조달 방안도 결정하지 못했다.

퇴직자 관련 대책은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에서 맡는다. 북부지청은 시를 비롯한 지역 기업지원기관들과 전담반을 꾸렸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희망퇴직자 1천79명에 대한 지원 방안만 마련한 상태다. 정작 필요한 1∼3차 협력업체나 비정규직 직원 등 4만여 명의 근로자에 대한 대책은 아직도 없는 상태다.

시가 지난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건의한 ‘부평공장 외투지역 지정’ 신청도 사실상 퇴짜를 맞았다. 정부는 글로벌GM이 한국지엠에 자율주행 및 전기차 등 미래형 신기술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해야 외투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선제적 대응 조치가 미흡하지만 시는 20일 이후에나 향후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조기 경영 정상화’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책을 세우면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며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한국지엠 조기 정상화 및 인천경제 살리기 범시민협의회’를 중심으로 대책을 논의할 것이다"라고 했다.

인천의 한국지엠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시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나 시나 ‘먹튀’ 논쟁에 휘말려 두 달을 허송세월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범시민협은 17일 오후 2시 남동구 구월동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3천여 명이 참여하는 ‘범시민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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