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동구가 의회 의결을 거친 예산을 협의 없이 변경해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남동구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간석동 올리브백화점 인근과 서창동에 설치하려던 다기능 버스승강장 예산 1억 원을 편성했다. 다기능 승강장은 에어컨과 온풍기가 설치된 승강장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만들어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구가 최근 해당 예산을 구의회나 지역주민들과 상의 없이 일반 승강장 예산으로 변경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다기능 승강장 설치비용은 1곳당 5천만 원이지만, 일반 승강장인 ‘셸터’ 형식은 1곳당 1천만 원으로 더 많은 구민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구의회와 주민들의 의견은 다르다.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 정책에 반대했던 의원들이 줄줄이 사퇴하자 예산을 전용했다는 주장이다. 구는 당초 126곳의 셸터를 짓겠다며 지난해 말 열린 구의회 정례회에 15억여 원의 예산을 상정했으나 구의원들의 반대로 3억5천만 원으로 삭감됐다. 해당 예산은 22곳만 설치할 수 있는 규모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구의원이 4명이나 사퇴했다. 집행부에 대한 견제 역할이 줄어들자 구의회에서 의결된 예산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는 지적이다.

서창동의 한 주민은 "의회에서 정식 절차로 결정된 사안을 구의원은 물론 주민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자신들의 뜻대로 바꿔 버렸다"며 "추경예산으로 세워 충분히 진행할 수도 있는 사안을 당장 바꿀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유형 구의원도 "예산의 용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의회와 아무런 상의가 없었다"며 "구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구 관계자는 "예전에는 세목별로 분류돼 용도를 변경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같은 목 안에서 기관장이나 부서에 자율성을 주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의회에 보고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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