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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에서는 노인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우제성 기자
세상은 급속히 변하고 있다. 잠시 한눈을 팔다가는 금세 도태하고 마는 게 세상사다. 하나 따라가기조차 숨 가쁜 현실에서 그처럼 변하지 않는 것도 없을 터다. 정치판이다. 10년 전이나 5년 전이나 그 모양 그 꼴이다. 사람도, 생각도 바뀌지 않았다. 남들한테 냉혹해도 자신에게는 늘 관대한 이들이 정치인이다.

"이번 선거에 나온 후보들을 가만히 보면 전과 있는 사람들이 많아. 지역을 이끌어 가는 정치인이라면 능력은 제쳐 두고서라도 기본적인 인성은 바탕이 돼야 하지 않겠나?" 인천시 중구 송학동 자유공원. 이곳은 지역 노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함께 산책을 하러 온 두 노인 내외, 벤치에 앉아 사색에 잠긴 노인, 공원 한구석에서 윷판을 벌이는 노인들, 공공근로 순찰을 위해 공원을 찾은 노인들 등 그 군상(群像) 또한 다양하다.

6·13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들의 속마음은 염려와 기대가 뒤섞였다. 그동안 숱한 선거를 치렀지만 그들이 바랐던 참 정치의 모습은 모두 허상이었음을 깨달은 탓일까.

북성동에 거주하는 김성수(81)씨는 이번 지방선거에 관해 묻는 기자의 말에 연방 혀끝을 찼다. 김 씨는 "세월이 갈수록 노인들이 더욱 소외되고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정치인들도 선거철만 반짝하고 당선되고 나서는 노인들을 우습게 아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유년기·청소년기·청년기에 전쟁과 보릿고개를 온몸으로 겪어 온 사람들이다"라며 "‘대접’은 바라지 않고 노인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동에 거주하는 서문권(85)씨는 지방선거에 대해 염려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서 씨는 "이번 선거에서도 전과가 있는 사람들이 뻔뻔스럽게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며 "여느 사회 같으면 취직은 물론 명함조차 내밀 수 없어야 하는데 정치판은 되려 당당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누구나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하지만 아무나 정치를 해서는 절대 안 되며, 기본적인 인성을 갖춘 사람을 가려낼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지역노인인력개발센터를 통해 공공근로 순찰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윤원복(73)씨는 퇴역 군인이다. 그는 한 달간 지역 순찰을 돌고 22만 원가량의 급여를 받는다. 윤 씨는 "노년층의 입장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는 후보는 노인일자리 확충에 주력해 줬으면 좋겠다"며 "무료 차표 끊어주고 돈 몇 푼 쥐여 주는 게 노인복지가 아니다. 늙어서도 사회구성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다는 자존감을 살려주는 게 진짜 ‘노인복지’"라고 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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