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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전 세계 3천여 명의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렸던 지난달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가 이제 더 이상 분단의 상징지역이자 냉전의 잔재가 남아 있는 대결의 지역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상회담이 열린 지 만 1주일이 가까워오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유수의 언론들은 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 만면에 웃음을 띠고 손을 맞잡은 모습에 큰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언론들은 양 정상이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에서 서로 악수를 하면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도보다리’에서의 독대(獨對) 장면, 원탁테이블에서 회담을 하는 장면, 만찬석상에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 등, 가히 역사적이라 할 만한 순간순간의 장면을 곁들이면서 이제 한반도에도 ‘새로운 평화의 봄’이 찾아왔음을 서로 앞을 다퉈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언론들은 온겨레의 한결같은 지향을 담아 3개 장, 13개 조항으로 이뤄진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의 주요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면서 이제 한반도에도 새로운 평화의 역사가 펼쳐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한반도는 더 이상 반목과 불신, 갈등과 긴장고조의 불안한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깨끗하게 씻어버리고 남북한 간 유무상통의 장, 상호 번영과 평화협력의 공존지역으로 자리잡아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대와 염원을 반영하듯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 남북한 당국은 양 정상이 굳게 약속했던 합의들을 하나씩 이행해 나가고 있다. 우선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돼 왔던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중단시켰는가 하면, 북한은 남북한 간 30분의 시차를 뒀던 ‘평양시간’을 철회하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오는 8월 15일을 기해 이뤄질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2018 아시아경기대회’에의 남북단일팀 구성을 위한 문제를 심사숙고(深思熟考)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끊어진 혈맥을 다시 잇기 위해 경의선, 동해선 철도와 도로의 복원을 서두르고 있으며,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려는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이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 위한 고위급 및 군사 당국자회담도 지속적으로 열어나가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비록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하고 각기 책임을 다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목표 시한이나 방법이 거의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마냥 분홍빛 기대와 희망만을 가질 수는 없다. 즉 ‘완전한 비핵화의 문제’는 그저 선언적 차원의 약속이나 합의에 머물러서는 안되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이행과 실천 조치들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남북정상이 어렵게 마련한 이른바 ‘판문점선언’의 남북한 관계 발전 조항이나 종전선언 및 평화체제 전환이라는 약속들도 북한의 완전한 핵-미사일의 폐기 없이는 실질적인 이행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볼 때, 북한은 이제부터라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수용 등 비핵화 의지를 실제적인 행동으로 하나씩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는 곧 있게 될 미국과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관건이자 평화로운 한반도, 남북한 간 획기적인 경제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해제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길이라 보여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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