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반대 운동을 하는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청구서가 각 지역 변호사회로 대량 배달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26일 전했다.

청구서 대량 배달은 극우세력의 주도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인터넷에 개설된 블로그 등을 통해 헤이트 스피치 반대운동에 나서는 변호사들을 징계하라는 청구서를 소속 변호사회로 보내라고 독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에 따르면 가나가와(神奈川)현 변호사회 소속 간바라 하지메(神原元) 변호사는 자신에 대한 징계청구서를 보낸 사람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 지난 7일 제기했다.

간바라 변호사는 2016년 같은 현 가와사키(川崎)시의 한 사회복지법인이 '재일한국인을 겨냥하는 시위를 중지하라'는 가처분을 신청할 당시 대리인을 한 바 있다.

간바라 변호사는 소장에서 "가나가와현 변호사회에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 1월까지 나에 대한 징계청구서가 1천140건이나 도착했다"며 "모두 같은 문장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징계청구서에는 간바라 변호사 등이 재일 조선학교에 대한 지자체의 보조금 중단에 대해 학습권 침해 등을 들어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 점도 거론하며 '확신범' 등의 표현으로 비난하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간바라 변호사는 "징계청구는 근거가 없으며, 청구서 내용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대량 징계청구는 재일한국인에 대한 차별을 선동하기 위한 것으로,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나가와현 변호사회측은 "인터넷의 특정 블로그에서 징계청구를 독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4월 징계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본변호사연합회에 따르면 그동안 전국 변호사회에 도착한 징계청구서는 연간 1천~3천통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들어서는 13만통으로 늘었다. 이들 대부분은 간바라 변호사에게 보내진 것과 비슷한 내용으로 알려졌다.

도쿄변호사회 소속 사사키 료(佐佐木亮), 기타 가네히토(北周士) 변호사도 지난 3월 변호사회로 도착한 960통의 징계청구서와 관련해 다음달말 도쿄지방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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