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동북아교육문화진흥원장1.jpg
▲ 강석승 21C안보전략연구원원장

지난 12일 미국과 북한의 양 정상간에 이뤄진 첫 만남과 이를 통해 전세계에 공표된 4개항의 ‘공동성명’은 날이 갈수록 일파만파로 그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센토사선언’으로 명명(命名)된 이 공동성명 내용은 "새로운 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수습 및 송환" 등이다.

 이 선언은 당초 기대했던 바와 같이 ‘종전(終戰)선언’을 도출하거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VID) 북한의 핵폐기"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지만, 무려 70여 년간 적대관계를 보여왔던 양국의 정상이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전세계의 매우 큰 주목을 받았다.

 이런 만남과 성명을 통해 지구상에서 유일한 냉전지역으로 꼽혔던 한반도가 첨예한 군사적 대결 상태에서 벗어나 평화와 번영의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 대해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백년숙적과도 같은 철천지 원쑤"라고 원색적 비난을 계속해 오던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멀리 바다 건너 이국땅까지 찾아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는 것 자체가 ‘믿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보여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양 정상의 만남은, 그리고 이들이 일구어낸 ‘센토사선언’은 갈등과 불신, 반목과 대결로 상징됐던 양국 관계를 평화적 공존관계로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기반과 토대를 구축했다는 점만으로도 쌍수를 들어 진심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앞으로 양국이 이런 선언을 어떻게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이행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살아 있는 현실적 조치를 취해 갈 것인가’ 하는 점에 있다. 즉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큰 틀의 공동 목표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하나씩 가시화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일말의 우려나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보다는 보다 장기적이고 긍정적인 차원에서 어찌 ‘첫술에 배부르랴’ 라는 속담의 의미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첫 만남에, 그것도 134분이라는, 겨우 2시간을 조금 넘는 매우 짧은 시간에 이뤄낸 양국 정상 간의 합의내용은 포괄적이고 선언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는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의 함의(含意)를 되새겨 앞으로 양국 관계자들이 ‘센토스선언’을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이행하고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특히 북한 당국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진정성 있는 입장과 자세를 가지고 이 선언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비핵화를 위한 조치에 성실하게 임해 뿌리 깊은 우려를 깨끗하게 씻어 줄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단독회담을 통해 약속했던 미사일실험장의 폐쇄를 즉각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며, 이어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중장거리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세부 자료를 미국 및 국제원자력기구에 제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원자로와 고농축우라늄 제조시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 등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평북 영변이나 박천, 태천 및 함북 길주의 주요 핵시설을 공개해야 할 것이며, 이 밖에도 플루토늄이나 농축우라늄 등 핵물질 보유량도 밝혀 폐기절차를 거치거나, 아니면 이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안을 제출해야 할 것이다.

 이런 현실적인 조치를 취해야만,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새로운 공식관계를 수립해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복귀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