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내놓은 혁신안을 놓고 당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 대행은 혁신안을 밀어붙일 기세이지만 당 소속 의원과 주변세력들의 반발이 지속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현실적 최선 내지는 차악은 김 대행이 일단 수습하는 길 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는 데다 이에 힘 싣기를 하는 움직임도 감지돼 두 갈래 태도가 이룰 균형점이 주목되고 있다.

김 대행은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쇄신안을 발표하기 전에 처음부터 논의에 부쳤다면 지금의 어떤 내용이든 발표조차 못 하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수술대 위에 올라가야 하지만 몸부림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수술대에 오르기를 거부하거나 의사를 불신하는 환자가 나올 수 있다"고도 했다.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혁신 작업을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당헌·당규에 대표 권한대행의 업무 범위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대표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 김 대행이 혁신안을 밀어붙인다고 해도 법적으로는 이를 막을 수 없다.

일각에선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전까지 김 대행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김영우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유일한 정통성을 갖고 있는 주체는 김 권한대행이고, 김 권한대행의 정당성 자체를 문제 삼는다면 당의 혁신과정에서 동력을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오전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의원 20여명이 모여 김 대행의 혁신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김 대행도 참석해 혁신안 내용을 설명했으며. 이들 의원은 김 대행이 밝힌 내용 이상의 강도 높은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뤄 김 대행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모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이날 혁신안의 내용과 절차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김 대행의 소통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했다.

정우택 의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당원들의 총의를 모으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며 "대단히 황당한 행동이다. 이런 독단적 행동은 공당이 아닌 사당의 행태로 본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조경태 의원 역시 KBS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당내 구성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무시했다"며 "너무 성급하게 발표된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앙당 해체라는 해법을 두고서도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중앙당 해체는 집권당 9년을 거치면서 비대해진 중앙당 사무처 기구를 슬림화하겠다는 의미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무를 집행하기 위해 중앙사무처를 두고, 중앙사무처에 전략기획부총장, 조직부총장, 홍보본부장을 두도록 하고 있다. 또 대표 직속으로 당무감사위를 두고, 당원협의회에 대해 당무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앙당 기구는 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헌법기관인 의원 개개인이 소신껏 의정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단점도 있다.

한선교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권에서 가장 비효율, 고비용 구조가 바로 중앙당"이라면서도 "가히 혁명적이지만 지금 현실에서는 맞지 않는 대책"이라고 밝혔다.

홍일표 의원 역시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정치 선진화를 위해서 좋은 방향이지만, 현재의 해법으로 적절한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실적으로 김 대행의 혁신안이 순항하기 힘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대위가 구성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혁신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말이다.

특히 정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한국당이라는 배는 완전히 침몰했다. 건져내 봐야 다시 쓰기 어려운 상태"라며 "어차피 허물어진 정당 몇 달 그대로 놔둔다고 무슨 일이 있겠나. 우리 모두 반성하고 내면으로 침잠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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