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부가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일시 중단하기로 한 것은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동시에 비핵화 이행 조치에 속도감을 주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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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연합훈련 일시중단(CG) [연합뉴스TV 제공]
양국 정부와 군 당국이 내부 일각의 반발 기류에도 북한의 비핵화 이행조치를 끌어내려는 목적으로 연합훈련 '유예 또는 일시 중지(suspend)'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미국으로선 '적국'인 북한이 강력히 요구해온 적대시 행동 철회를 일시적으로 수용했다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한미가 UFG연습을 유예 또는 일시 정지키로 한 것은 북한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뜻 이외에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언제든 훈련 재개를 할 수 있는 '압박' 의미도 담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한미의 이번 결정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는다면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축으로 한 북미 후속 고위급 대화가 탄력을 받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9일 "연합훈련은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중심축 가운데 하나"라면서 "연합훈련 일시중단은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도 비핵화 이행을 위한 상응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 군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정례적인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UFG를 비롯한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 등이 북한과의 전면전을 가정해 실시되는 3대 훈련이다. 이와 별개로 군별, 부대별 연합 훈련도 있다.

이들 훈련 중 UFG와 KR 연습은 워게임(war game) 성격이 강하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한 지휘소연습이 핵심이다. FE 훈련은 미국 본토와 태평양 괌, 일본의 오키나와 등 주일미군기지에서 동원되는 병력과 부정기적으로 전략무기도 투입된다.

북한은 핵 추진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B-1B 전략폭격기, B-52 장거리폭격기 등의 전략무기 출동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한미가 이들 전략무기를 동원해 "북침전쟁 연습"을 한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이 지난 5월 F-22 스텔스 전투기가 참가하는 가운데 실시된 '맥스선더'(Max Thunder) 대규모 연합공중기동훈련을 빌미로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한 것은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 강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미 국방당국의 이번 UFG 연습 일시중단 결정은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합의의 후속조치라고 할 수 있다.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상호 적대행동 중지 필요성에 대해 강하게 공감한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이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고 요구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말을 이해한다면서 북미 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미연합훈련을 중지하겠다는 의향을 표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상황을 분석해보면 북미 양국 간에 비핵화 이행조치 논의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UFG연습 이외에 KR 연습과 FE 훈련도 일시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매우 강해 보인다.

그는 북미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연합훈련을 '워 게임'(war game)이라고 지칭한 뒤 "우리가 (북한과) 매우 포괄적이고 완전한 합의를 협상하는 상황에서 워 게임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매우 도발적인 상황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연합훈련 유예에 대한 상응 조치로 평북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근처에 설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로켓 엔진 시험시설 등을 폐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상응 조치를 예상하고 북측의 핵심 전략시설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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