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처럼 땅값과 집값이 높은 나라도 드물다. 일본 사회에서 집은 커다란 짐이다.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노인들에게 집은 거추장스럽다. 막 사회에 진출한 청년들에게 집 장만이란 쉬이 넘을 수 없는 벽이다.

 기존의 주택정책으로는 늘어나는 1인가구의 세태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었다. 그 대안은 사회적 배려층에 대한 임대주택 확충 등 주거복지였다. 빈집을 활용한 주거지원은행과 실용성을 더한 셰어하우스도 대안이다.  <편집자 주>

▲ 도쿄도 전경. 사진=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 민간임대주택 보급으로 주거 사각지대 해소를

 도쿄도 주거정책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주택확보요배려자(住宅確保要配慮者)에 대한 임대주택 공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다. 이 법은 주거안정 확보를 위해 공적임대주택 공급과 민간임대주택에 원활한 입주를 촉진하는 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법률에 따른 지원 대상 ‘주택확보요배려자’는 저소득층, 장애인, 재해피해자(지진 등 재해 발생 후 3년 이내), 고령자, 장애인, 양육가정 등 주거약자다.

 그러나 도쿄도는 ‘각각의 필요에 맞는 주거환경 확보’를 주거정책 지향점으로 삼고 대상을 확대했다. 공공주택정책만으로 보편적인 주거복지 실현에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민간임대주택의 원활한 보급을 목표로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도쿄도는 지난 6월 수립한 ‘도쿄도 주택확보요배려자 임대주택 공급 촉진계획’에 따라 주택확보요배려자가 민간임대주택에 원활하게 입주할 수 있도록 관리주택을 3만 가구(2025년 목표)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거복지 대상의 범위를 넓혔다. 눈여겨볼 만한 지원 대상으로는 UIJ턴(대도시권 거주자가 지방으로 이주하는 경우) 전입자가 있다. 균형발전을 목표로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도내의 고향이나 지방소도시로 이사할 때 민간임대주택을 연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신혼부부, 외국인, 아동학대 피해자, 전쟁귀환자, 원자폭탄 피폭자, 아동시설 출소자, 성소수자, 주거확보요배려자에 상응하는 생활 지원을 받는 사람 등을 지원한다.

 올해 도쿄도의 ‘양질의 주거환경 형성’ 분야 사업비는 총 151억 원 상당이다. 신규 사업으로는 주거약자를 위한 각 구·시 등의 민간임대주택보급사업 보조비 20억 원, 빈집 활용 매칭 체제 정비사업 2억 원, 빈집을 활용한 정원·텃밭 등 녹화사업 1억 원 등이 있다.

▲ 신주쿠구 키타신주쿠에 위치한 자녀양육가구 대상 임대주택. 도심에 위치한 신주쿠구는 높은 임대료와 저출산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육가구 특화 임대주택을 32개소 운영한다.
# 민관 협력의 구심점, ‘도쿄도 주거지원협의회’

 도쿄도는 주거약자들이 민간주택에 입주하기 어려운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고령자는 고독사나 화재 등 위험 부담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의 경우는 층간소음 등으로 집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취업준비생은 월세 연체 가능성을 이유로 계약에 제한을 받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열악한 주거환경에 내몰릴 위험성이 큰 현실이다.

 도쿄도는 이들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민관협의체인 ‘도쿄도 주거지원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도쿄도 주거지원협의회는 도쿄도택지건물거래업협회, 전일본부동산협회 도쿄도본부, 도쿄공동주택협회, 일본토지·건물주협회(이상 부동산계), 고령자주택재단, 도쿄도사회복지협의회(이상 복지계), 도쿄도 방재·건축마을만들기센터, 도시재생기구 동일본임대주택본부, 도쿄도주택공급공사(이상 민관 연결 단체), 도쿄도 도시정비국·복지보건국으로 구성돼 있다.

▲ 도시마구 주거지원은행 물건 정보 지도. <도쿄도청 제공>
 이들은 연대를 통해 주거 지원 대상자와 민간임대주택 임대인 양쪽 모두에게 주택정보를 제공하고 지원한다. 행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를 지역단체와 협력해 정보를 공유하고, 기관 간 밀접한 연계를 통해 필요한 지원사항을 협의한다.

 주된 역할로는 ▶주거 관련 협의회 구성 ▶주거 지원 상담대응 체계 구축 ▶원만한 주거 지원을 위해 임대인·부동산·지역 관계자들과 협력 ▶주택 확보와 정보 제공 ▶주거 지원 서비스(입주 후 돌봄, 생활 지원 등)이 있다. 민간주택 임대·임차인 매칭, 주거 지원 세미나 개최, 빈집 개·보수도 진행한다.

 도쿄도 주거지원협의회는 큰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세부 사업은 도내 12개 구·시에 구성된 주거지원협의회에서 실시한다. 협의회에 참여하는 단체의 성격은 구·시 단위에서도 동일하다.

 12개 주거지원협의회는 지역 상황에 따라 특색 있는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도시마(豊島)구는 2014년 ‘도시마 주거지원은행’을 설립했다. 주거약자 지원과 구내 빈집 활용을 목표로 주거약자 공급용 빈집·빈방을 시스템에 등록해 매칭했다.

 다마(多摩)시는 지난해 지역 내 대학과 연계해 자녀를 양육하는 가구의 거주 실태와 욕구를 파악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정책 반영을 추진했다.

 공통된 사업으로는 민간임대주택 매칭 상담, 연계가능한 임대주택 확보, 지원사업 소개책자 발행 등을 진행하고 있다.

# 지역 실정과 지원 대상을 반영한 ‘맞춤형 주거 지원’

 최근 도쿄도는 기존 주택을 활용한 임대주택 보급에 관심을 쏟고 있다. 도내 빈집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1인가구를 비롯한 다양한 세대 구성에 맞는 임대주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올해 수립한 임대주택 촉진계획에는 기존 주택을 활용할 경우 국가 임대주택 면적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착공 시기별로 임대주택 각 호의 바닥면적 기준인 ‘25㎡ 이상’이 차등 적용된다. 1995년까지 착공한 주택은 15㎡ 이상, 1996∼2005년은 17㎡ 이상, 2006∼2018년 3월 30일 기준으로 착공한 경우 20㎡ 이상만 확보하면 된다.

▲ 도쿄도 도시정비국 주택정책추진부 코이누마 타케루 기획과장.
부엌과 욕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면적을 추가로 완화한다. 1인가구 증가에 따라 셰어하우스가 보편화되면서 공유주택 면적도 완화했다. 전용거실 면적은 9㎡ 이상을 7㎡로 바꿨다.

 수요자 특성에 맞는 주거 지원을 위해서는 주거지원법인과 협력한다. 현재 도쿄도가 인증한 주거지원법인은 총 10곳이다.

 법인의 지원 목표와 확보한 주택의 특성 등에 따라 입주 대상이 달라진다. 스기나미구에 위치한 비영리법인 ‘리틀원즈’는 미혼모 가정에만 임대주택을 제공한다. 미나토구 ㈜케어프로듀스는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을 운영한다.

 마치다(町田)시 사회복지법인 ‘유유원’은 저소득자부터 장애인, 자녀양육가정, 성소수자, UIJ턴 전입자를 비롯해 도쿄도가 확대한 주거복지 대상을 모두 포용한다. 대신 그 지역의 출신만 입주할 수 있다.

 코이누마 타케루(小井沼·建)도쿄도 도시정비국 주택정책추진부 기획과장은 "주거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민간임대주택에 입주하더라도 양질의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도 주거지원협의회를 중심으로 민간단체들과 협력한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일본 도쿄=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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