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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웅을 꼽으라면 이순신, 권율, 을지문덕, 장보고 등 기라성 같은 장군들이 떠오른다. 최근 추석을 맞이해 극장가는 또 다른 역사적 영웅을 등장시켰다. 중국 역사상 가장 태평했으며 부강한 제국을 건설한 제왕 중의 제왕으로 손꼽히는 당 태종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안시성 성주가 그 주인공이다. 양만춘이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진 안시성 성주의 실제 이름은 사실 불명인 상태다. 이름뿐만 아니라 그의 일생에 대한 정확한 사료는 남아 있지 않지만 동아시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투로 기록된 645년 안시성 전투를 승리로 이끈 명장의 이야기를 영화 ‘안시성’을 통해 만나 보자.

 천하를 손에 얻으려는 당 태종은 고구려를 공격하고, 당나라 군대는 개모성과 요동성 등을 차례로 격파하며 평양성 함락을 위해 진격한다. 그 길목에 있는 안시성은 당시 중앙정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바 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였고, 당나라는 순순히 항복에 응할 것이라 판단한다. 그러나 항복은커녕 안시성주는 물러서거나 무릎 꿇거나 항복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며 굳건히 방어한다. 이에 안시성 공격에 나선 당나라 군대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전투를 이어간다. 무려 석 달에 가까운 공격에도 안시성이 무너지지 않자 당 태종은 결국 안시성 함락을 포기하고 돌아선다.

 배우 조인성을 내세운 영화 ‘안시성’은 추석을 맞아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개봉 일주일 만에 350만 관객을 동원한 이 작품은 특히 그간 한국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스펙터클한 전쟁장면이 백미로 손꼽히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기존 영웅들과는 차별화된 조인성이 연기하는 안시성주의 리더십 또한 화제가 되고 있는데, 영화 ‘명량’에서 보여진 이순신 장군의 고독하고 엄숙한 카리스마와는 다르게 안시성주 양만춘의 리더십은 친근하고, 세심하며, 다정한 이웃의 모습과 닮아 있다. 이런 점이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 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는 식의 아쉬움을 표출하고 있다. 조인성뿐 아니라 다수의 베테랑 배우들이 참여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캐릭터 하나도 부각되지 못하는 점을 비롯해 전투신을 제외하면 스토리가 빈약한 것 또한 이 작품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안시성’은 역사의 영웅을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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