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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7년 승기사거리~용일사거리 주변 항공사진. 하천이 흐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1947년 항공사진도 마찬가지다. <인천시 제공>
인천시가 역사성과 장소성도 없는 ‘승기천 물길 복원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시 안팎에서는 옛 항공사진을 봐도 하천이 흘렀던 적이 없는 승기사거리∼용일사거리(인주대로)를 하천으로 만든다는 계획이 황당하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교통대책도 전무한 상황이다.

18일 시에 따르면 오는 25일 ‘인천 원도심 균형발전 방안’ 기자설명회에서 물길 복원사업을 발표할 예정이다. 승기사거리∼용일사거리 2㎞ 구간을 서울 청계천처럼 물길을 낸다는 계획이다. 물길 복원사업은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과 함께 이번 기자설명회에서 눈에 띄는 계획 중 하나다.

‘스마트GIS인천’ 확인 결과 1947년, 1967년, 1970∼1980년대 등 항공사진에는 승기사거리∼용일사거리가 농경지로 나타났다. 이곳에 승기천이 흘렀다는 고증이 없는 것이다.

승기사거리∼용일사거리 아래 하수관로도 문제다. 시는 오수와 우수를 구분해 놓은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사업에 애를 먹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승기천 복원사업 사업비만 약 65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 토목공사비이고, 하수관로 공사 등을 추가하면 8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담당부서도 물길 복원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승기천은 남동구 구월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남동인더스파크 유수지까지 6.2㎞다. 발원지는 ‘주안동’, ‘용현동’ 등 의견이 분분하다. 수봉산 남서쪽 해발 60여m쯤 되는 기슭이라는 얘기도 있다. 또 인천도호부청사와 향교가 있는 ‘승기산’이라고도 한다. 승기천에 대한 다양한 설(說)이 있지만 승기사거리∼용일사거리로 흘렀다는 유래는 증명이 어렵다.

시는 또 수문통 복원사업을 강구 중이다. 하지만 수문통은 애초 하천이 아니고 바닷물이 오가는 수로이기 때문에 하천으로 복원한다는 말 자체가 맞지 않는 곳이다.

시 내부에서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승기사거리∼용일사거리는 애초 하천이 아니고 교통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물길 복원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승기천 복원은 물을 끌어올 방법이 마땅치 않고, 수문통∼배다리 물길은 동국제강 재처리수를 쓰면 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시 관계자는 "역사성, 교통대책 등을 고려하지 않다 보니 사업이 산으로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청계천처럼 하천으로 고시하면 사업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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