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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기심 뚫고 살 길 찾은 이들 ‘찰칵’

[다시 쓰는 인천 하천 이야기]<6> 남동유수지 철새가 돌아왔다

2018년 10월 23일(화) 제14면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 인천 남동유수지 저어새섬에 가마우지와 저어새들이 비를 피해 무리를 짓고 있다.
승기천에는 자연의 위대함이 흐른다. 곁에 둔 남동산업단지의 숱한 도발에 풀이 죽어 굴복할 법도 하지만 승기천은 그렇지 않았다. 되레 남동산단의 위협과 교란에 맞서 싸우며 자연의 법칙을 추켜세웠다. 승기천은 이윽고 ‘철새가 날아드는 하천’으로 돌올(突兀)하고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인천에 공해 공장들이 서서히 들어서기 시작했다. 정부의 중공업 정책 탓이었다. 남동산단 조성은 섶을 지고 불길로 뛰어드는 격이었다. 1985년 10월 인천시는 1천896개 공장 가운데 90.6%(1천718개)가 ‘공해 공장’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정부를 향해 인천에 더 이상 공해 공장을 쑤셔 넣지 말라는 외침이었다.

 인천시는 1989년 비상대책을 세웠다. 남동산단 2단지에 화학과 섬유 등 20개 공해 유발업종의 입주를 막겠다는 발표였다. 그 앞선 해에 이미 아찔한 환경사고가 터진 터였다. 1988년 7월 연수구 동춘동 앞 바다 2천㏊에 어패류가 떼죽음 하는 참사였다. 인천시와 환경청, 국립수산진흥원 등이 원인 규명에 나섰다. 조사 결과, 남동공단에서 버려진 폐수의 유입이 어패류 폐사의 원인이었다.

▲ 인천 남동인더스파크 유수지 일대.
 인천은 남동산단 화학업종 업체들이 내버리는 공해물질을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남동산단 내 공해 유발업종 입주제한을 중앙정부에 건의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러나 상공부는 1990년 7월 인천시의 건의를 묵살하고 말았다. 1992년 완공돼 378만t의 물을 담고 있는 남동산단 유수지(1유수지 61천3㎡·제2유수지 10만㎡)는 엉망진창이었다. 이 유수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956만5천536㎡에 이르는 남동산단을 조성하면서 바다와 닿은 갯골수로에 제방을 쌓아 만든 홍수조절용 방재시설이다.

 2000년 초만 하더라도 남동산단 유수지의 물은 살아날 기미가 없었다.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L당 57.9㎎으로 호소수질 기준 중 최하위인 5등급(L당 10㎎이하)의 5배를 넘었다. 총질소(T-N)은 L당 13.55㎎으로 호소수질 5등급 기준(0.15㎎이하)의 100배 정도에 달했다. 총인(T-N)도 2㎎으로 호소수질 5등급 기준(1.5㎎이하)을 초과했다. 승기하수종말처리장으로 흘러 들어야 할 남동산단과 연수택지개발지구의 폐수와 생활오수가 빗물관을 타고 유수지에 몰렸던 것이다.

▲ 인천 남동인더스파크 유수지 일대.
 남동산단 유수지를 살리기 위한 인천시와 관할청인 남동구의 노력은 안쓰러울 정도였다. 이어 시와 구는 1995년부터 1997년까지 4억4천여만 원을 들여 남동산단 하수관을 정비했다. 우수관과 하수관이 서로 엉긴 오접관을 잡았다. 하지만 허사였다. IMF관리체제로 공장주 50%가 바뀌었다. 한 덩어리였던 공장이 여러 개로 쪼개지면서 영세 임차업체가 들어섰다. 이들 업체들은 하수관 개·보수를 하면서 따로 떨어져 있던 우수관을 오수관에 다시 잘못 연결시켰다. 구는 역시 1996~1997년에 3억 원을 들여 정수식물인 부레옥잠을 남동산단 유수지에 심었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워낙 왕성한 부레옥잠의 번식력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정화를 기대했던 부레옥잠이 번식하면서 삭는 바람에 유수지 물은 용존산소 부족으로 썩어갔다. 남동산단 유수지, 특히 제1유수지의 밑바닥에 깔린 퇴적토도 문제였다. 유수지의 물을 살리기 위해선 근본적인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퇴적토(추정량 10만5천600㎥)의 준설이었다.

 하지만 280억~300억 원이 드는 돈이 문제였다. 결국 이렇다 할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다.

 이런저런 인고의 세월을 거치면서 승기천은 살아남고자 스스로 힘을 길렀다. 물론 ‘철새가 날아드는 승기천’의 테마 속에 ‘하천 살리기 운동’이라는 인위적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제 승기천에서 망원경으로 저어새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먹이사슬의 위쪽을 차지하는 족제비 모습도 비친다. 이웃한 송도국제도시 11공구에 조류습지가 조성되면 승기천은 또 다른 변신을 할 것이다. 여기서 고민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자연성 회복과 인간의 간섭 간의 조율이다.

▲ 인천시 연수구 승기천에 서식하는 족제비.
 "도심 깊숙한 곳에서 멸종위기종인 저어새를 볼 수 있는 도시가 ‘대한민국에서 과연 몇 군데나 될까’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자" 송도국제도시 동아시아대양주철새이동경로파트너십사무국에 파견된 인천시 윤동구(55) 사무관의 제안이다. 철새, 그것도 희귀조류를 품고 있는 승기천과 송도국제도시 갯벌에 놓고 진지하게 숙의해야 할 때라고 그는 주문한다. "철새가 찾아오지 않는 비정의 도시로 또다시 전락하느냐, 아니면 인천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도시로 승화시키느냐." 그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글=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사진=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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