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10월께 인천지역 한 업체가 산업기술이 유출됐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상대는 1차 협력업체만 300여 개에 이르는 대기업이다. 이 업체는 해당 대기업에 납품할 부품을 만들기 위해 2년간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제품을 생산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기업이 구동이 제대로 안된다고 지적하며 단가를 낮춰달라고 하자, 결국 이 업체는 납품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업체가 만든 부품의 사양과 같은 제품이 다른 업체에서 생산됐고, 그 제품이 해당 대기업으로 납품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 인천경찰청 외사과 국제범죄수사1대에서 산업기술유출 전문수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정민 경사가 산업기술보호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건은 인천경찰청 외사과 국제범죄수사1대에서 산업기술 유출 전문수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정민(42) 경사가 담당했다. 그는 디지털 포렌식 자격증과 산업보안관리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기술 유출 전문수사관이 되려면 5년 이상 관련 부서에 근무하고 정수사관으로 10건 이상의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박 경사는 당시 대기업과 다른 업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담당자 컴퓨터에서 1천여 건의 증거 파일을 확보했고, 1개월간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거쳐 2016년 2월 관련자 7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

박 경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을 상대로 피해신고를 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철저히 수사해 주겠다고 피해 업체를 설득해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는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하더라도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거래가 끊길 것을 우려해 피해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산업기술 유출사건 수사만 6년째 담당하고 있는 박 경사는 "검거가 우선이 아닌 예방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에 공을 들이는 만큼 개발한 기술을 지키려는 노력도 그만큼 해야 한다는 말이다. 박 경사는 "산업기술 유출 건은 그 기술이 ‘영업 비밀’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기업들은 컴퓨터와 중요한 파일 등에 암호를 걸어 놓는 등 영업 비밀 3요소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업 비밀 3요소는 비공지성, 경제적 가치성, 비밀관리성으로 이를 갖춰야 영업 비밀로 인정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인천경찰청은 올해 3월부터 산업기술 유출 관련 예방과 홍보를 위해 ‘대외협력관’을 운영하고 있다.

대외협력관은 기업을 방문해 산업기술 보호 예방교육 및 설명회, 보안진단과 상담 등을 실시한다. 올해는 20개 업체 600명을 대상으로 예방교육을 진행했다.

박 경사는 "5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사업장도 방문해 산업기술 보호 예방교육과 보안진단, 상담 등을 하고 있다"며 "지역에 있는 많은 기업들이 기술을 보호하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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