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주민이 청구한 조례 제·개정사항 등을 처리하는 자체적인 ‘도민 발안’ 제도 도입에 나선 것을 두고 경기도의회가 내심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주민 발안과 관련된 정부의 법령 제·개정 추세는 지방의회의 역할을 중심에 두고 있는 가운데 도가 내놓은 도민 발안은 처리 과정의 중심축이 도에 있다는 점에서 ‘도의회 패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3일 도와 도의회에 따르면 도는 지난 2일 도민이 직접 조례 발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도민 발안 도입을 발표했다. 이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민선7기 공약사업 중 하나다. 도민이 조례 등의 제·개정, 폐지 등을 직접 도에 제안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도는 발안 자격과 발의 주민 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계획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라 ‘주민 조례개폐청구제도’를 통해 사실상의 주민 발안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도의 경우 19세 이상 주민총수의 100분의 1 이상(10만4천여 명)이 동의해야 하는 등 문턱이 높아 활성화가 어려웠다.

이러한 도의 자체적 도민 발안 도입을 두고 도의회 내부에서는 다소 찬바람이 불고 있다. 도민 발안의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지방의회에 발안을 청구토록 한 정부의 법령 제·개정 흐름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말 정부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내놓고 주민 조례개폐청구제도 개선사항을 포함시켰다. 주민이 일정 수 이상 연서를 통해 도의회 등 지방의회에 조례 제정 등을 직접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간 주민이 지자체를 통해 조례 제정 등을 청구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규칙심의회를 통해 청구안을 심사하면서 주민 의견이 실제 의회에 제출되지 못하고 사전 단계부터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이와 함께 별도의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해 지난달 입법예고까지 마쳤다. 주민조례발안 법률안 또한 기준 이상의 서명을 받아 주민이 지방의회에 직접 청구토록 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도 도는 도민 발안 도입 발표에 앞서 도의회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으면서 도의회의 불편한 심기를 더욱 자극한 결과를 낳게 됐다.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염종현(부천1)대표의원은 "지방자치법 개정안 등을 보면 주민 발안은 의회를 통하도록 하고 있다. 의회와 주민들의 밀접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라며 "도의회가 바라볼 때는 정부의 법령 제·개정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소통과 협치를 다지는 ‘정책협의회’ 출범 하루 전 도와의 소통 부재를 경험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남궁진 기자 why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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