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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2000년 초반부터 가질 정도로 OECD 국가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높다. 자살 분포를 볼 때 고령인구가 급증함으로 인해 노인 빈곤, 홀몸노인 증가 등으로 인해 노인자살이 매우 높다.

 자살 충동을 가장 많이 느끼게 하는 요인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37.3%, 다음이 외로움, 고독, 가정 불안 등으로 인한 인간관계 장애가 있을 때로 31.6%로 이 두 요인을 합하면 68.9%를 차지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때 사회적 활동제한이 생기고 이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 외로움을 조장한다. 노인의 경우 초로 노인의 경우는 배우자가 있는 경우 자살이 많은 반면 후기 노인의 경우는 배우자가 없는 홀몸노인이 자살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후기 노인의 경우 거의 여성으로 홀로 남는 노인이 대다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혼자 남아 생활하는 것에 대한 괴로움과 삶을 지속하는 것에 대한 애로사항을 엿볼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혼자 살 수 없게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을 시간이 갈수록 실감한다. 사람과의 관계가 삶을 지속하게 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고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만만한 게 아니라서 삶을 피곤하게 하고 지치게 만들고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관계를 갖고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가 의문이 된다.

 얼마 전 계양구에서 치매 조기검진을 시행한 노인을 대상으로 인지기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했을 때 여성은 한 가지 사회 활동을 하는 경우에 인지기능이 높은 반면 여러 가지 사회활동을 하는 남성의 경우에 인지기능이 높았다. 보통은 여성이 여러 가지 사회활동을 하는데 능력이 있고 남성은 한 가지 활동을 하는 것에 집중할 것 같은데 반대로 나타난 것이 좀 의외였다.

 아마도 여성은 한 가지 활동을 심도 있게 하며 매일 같은 활동을 하는 것이 지루하지 않은데 반해 남성은 한 가지를 지루하지 않게 활동하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남성은 깊은 관계보다는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하는 것이 유익하고 여성의 경우는 매일 시간을 오래 보내는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분석 결과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사회적 상호작용을 자신의 특성에 맞게 설정할 때 삶이 외롭지 않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인지기능을 유지하면서 노후를 건강하게 잘 보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건소에서 시행하는 방문 간호는 지역사회 거주하는 주민들 중 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이나 소수집단에게 우선적으로 건강 문제를 찾아내서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대상자들이 노인들이며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이들을 볼 때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따라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고립된 사람들일수록 질병이 자신을 괴롭히고 하루가 너무 길고 지루하며 우울함이 생활을 지배한다.

 관계가 생활을 즐겁게 하면서 에너지를 소진시키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같은 사람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생활을 즐기는 데에는 여러 가지 노력, 시간, 양보, 상호이해 등이 적절히 섞여야 할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이 감정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데에는 이성적 이해 말고 실천적 이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사회적 관계유지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알아가고 실천하는 것은 앞으로 나에게도 남겨진 과제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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