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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를 건네준 사람의 손에는 향기가 남는다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2019년 01월 11일(금) 제11면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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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한 젊은이가 궁핍하게 살던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떠나기 전에 현자를 만나 행복한 삶을 살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젊은이, 행복의 비결은 오직 두 가지뿐이네. 오늘은 한 가지만 일러주지. 그것은 바로 ‘두려워 말라’는 것이네."

 그로부터 30년 후, 중년이 된 그가 다시 현자를 찾았더니 현자의 아내가 말했습니다. "몇 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시기 전에 당신에게 전해달라며 쪽지를 남겼어요."

 쪽지를 펼치니, ‘후회하지 마라’는 단 한 줄의 문장뿐이었습니다. 행복의 비밀은 두려움 없이 행하고, 그 행위에 대해 후회하지 말라는 뜻이겠지요. 혹은 후회할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두려워도 말고 후회하지도 않을 삶이란 도대체 어떤 삶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사랑하는 삶’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대로 사랑하려면 때로는 자신의 희생과 헌신이 요구되니까 두려울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사랑을 포기하면 훗날 반드시 후회하게 되겠지요.

 어느 책에서 읽은 인도의 우화 하나가 떠오릅니다. 큰 산 아래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마을에는 잊을 만하면 귀신이 나타나 온 마을을 발칵 뒤집어놓곤 했습니다. 사람들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죠. 마을촌장이 귀신을 만나 담판을 짓겠다며 산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도중에 낯선 남자를 만났는데, 남자가 물었습니다.

 "어디에 가십니까?"

 "귀신을 찾으러 갑니다. 그 놈을 없애야만 마을 사람들을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이 찾고 있는 그 귀신이오."

 이 말이 끝나자마자 촌장은 주먹을 날렸고, 귀신은 바닥으로 쓰러졌습니다. 촌장이 다시 주먹으로 때리려 하자 귀신이 다급한 목소리로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만약 나를 살려주면 매일 아침마다 당신 머리맡에 20루피씩을 주겠소."

 순간, 촌장의 머릿속은 복잡해졌습니다. ‘이렇게 나한테 죽을 정도로 얻어 맞았으니 다시는 마을에 내려와 소란을 피우지 않을 거야. 그러니 녀석을 살려주고 나는 그 대신 돈을 벌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놓아주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떠보니 돈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 날도 역시 돈이 머리맡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흘째 되는 날부터는 돈이 없는 게 아닌가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온 촌장은 귀신을 찾으러 다시 산으로 갔습니다. 귀신을 만난 그는 분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렸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귀신이 이겼습니다. 귀신의 발밑에 깔린 촌장이 물었습니다. "내가 죽기 전에 한 가지 물어야겠어.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어떻게 자네가 이겼지?"

 귀신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지난번에 당신은 ‘정의’를 위해 싸웠지만, 오늘은 ‘돈’ 때문에 싸웠으니까."

 ‘정의’는 타인들을 사랑할 때 우러나는 마음일 겁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마음은 늘 기적을 일으키곤 합니다. 대단한 힘을 가진 귀신을 때려잡을 수 있는 기적을 일으켰으니 말입니다.

 「30년만의 휴식」이란 책에서 저자는 ‘사람은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는 존재다. 부와 명성, 권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도 주변 사람들과 냉랭한 관계에 놓인 사람은 행복을 느끼지 못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의 ‘관계’는 ‘사랑의 관계’를 의미하는 단어일 겁니다. ‘장미를 건네준 사람의 손에는 향기가 남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내 것’을 내어주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러나 텅 빈 ‘내’ 손에는 행복이라는 고운 향기가 남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이유가 자신만을 위한 것에 머물지 않고 타인들에게도 유익함을 주는 것으로 확장될 때 비로소 행복의 주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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