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평항 (한국문연 刊)
정겸 / 대시 /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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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耳順). 60세를 이르는 말로, 공자는 "이 나이 때부터 생각하는 것이 원만해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고 했다. 굳이 논어를 차용하지 않더라도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귀가 순해진다’ 혹은 ‘순한 귀’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번에 출간된 정겸 시인의 「궁평항」(한국문연 刊)은 시인 자신의 나이를 가늠케 하듯 ‘이순’의 정서가 녹아들었다. 시의 제목이나 시구, 시의 배경이 된 장소 등을 살필 때 이 같은 정서가 곳곳에 스며 있다.

 장가 가던 전날 밤 미안하다 말하곤 세월이 흘러 훌쩍 떠나 버린 아버지를 그린 시의 제목은 ‘방생’이다. ‘봉새처럼 서해 바다로 훨훨 날아가세요/ 이제는 내가 아버지 손을 놓아드렸다’는 시구는 켜켜이 쌓인 인생의 무게가 없다면 어찌 이리 드러낼 수 있을까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용인정신병원 내의 장소가 배경이 된 두 시 또한 무심한 것 같지만 깊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관조적 자세가 인상적이다. 병동을 배경으로 한 ‘착한 새들이 더 많다’는 ‘아픔이 빛이 되어 은하별이 되는 이곳/ 착한 새들이 창공을 향해 은빛 날갯짓 한창이다’며 아픔 속에서 희망을 찾았고, 병원 내 정원이 배경인 ‘햇살마당’은 ‘햇살은 푸른 잔디 위로/ 기쁨의 씨앗을/ 촘촘히 뿌리고 갔다’며 마치 절망은 없다는 듯 초월한 자세로 읊는다.

 시를 표현하는 형식 혹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정겸 시인의 시는 화려하진 않지만 구체적이다. 그래서 진솔하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겪은 일상부터 사색, 경험 등 다양한 관찰과 성찰의 반복으로 의미의 깊이를 더했다. 시집의 제목과 같은 ‘궁평항’은 시인으로서 그의 자아를 집약적으로 녹여 냈다.

 ‘어머니 닮은/ 순한 파도 가득한 궁평항/ 대사리 밀물은 백사장을 향해/ 한달음에 달려오고 떠났던 사랑/ 만선의 고깃배처럼 귀항 중이다.’

 사실 공무원 출신의 그가 이번에 낸 시집은 ‘공무원’이란 오해 아닌 오해를 털어 내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저 그의 고향이 시집 제목처럼 궁평항이 있는 화성이라는 점,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2003년 등단했다는 정보 외에는 많지 않다.

 그래서일까. 이번 시집은 시인 정겸으로서 그만의 정서가 폭발하고 있으며, 이순과 맞댄 그의 또 다른 출발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니하오, 인천 차이나타운(문화의 길Ⅱ 03)
정연학 / 글누림 / 1만8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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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오, 인천 차이나타운」은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이 발간한 문화의 길 총서 시즌2 3권이다. 이 책은 사람들에게 인천 차이나타운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길잡이가 되기 위해 제작됐다. 화교의 역사와 민속부터 중화풍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엮어 냈다.

저자 정연학은 인천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인하대와 중국 베이징사범대에서 공부했으며, 현재는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으로 재직 중이다.

인천 화교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온 저자가 화교와 인천 차이나타운, 개항장에 대한 열의를 담아 집필한 만큼 인천 차이나타운을 찾는 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흥미로운 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깝고도 먼 인천말(문화의 길Ⅱ 04)
한성우 / 글누림 / 1만4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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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인천말」은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이 발간한 문화의 길 총서 시즌2 4권이다. 저자 한성우는 그동안 만나 온 인천의 사람, 땅, 역사 이야기를 인천 사람들의 말을 통해 쉽게 풀어나갔다.

 이 책은 말에 대한 책이지만 언어 연구자나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인천말에 관심 있는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다. 넓고 이질적인 속성을 가진 인천을 원인천, 강화, 연안도서(영종도 등 조금 먼 인천), 원해도서(연평도 등 아주 먼 인천) 등 넷으로 나눠 각 지역이 가진 말의 특징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쉽게 설명한다.

 저자가 직접 인천의 토박이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며 귀에 들리는 그대로 생생하게 풀어낸 인천의 말은 인천 사람들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인천말의 모습과 변화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해 줄 것이다.

박노훈 기자 nhp@kihoilbo.co.kr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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