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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 - 얼굴의 주인

김진형 동국대 강사

2019년 02월 08일(금) 제13면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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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세, 사주팔자, 연애 궁합, 토정비결, 관상 등과 관련된 애플리케이션의 이용자 수가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고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궁금증이 운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운세와 관련된 학문은 일종의 통계학으로 볼 수도 있는데, 오랜 시간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특정 인상이나 태어난 년, 월, 일, 시를 조합해 운명을 유추하기 때문이다.

 이들 학문은 중국 당나라 시기나 신라시대에 시작됐다고 하나 관상 등을 통해 운수를 유추했던 것은 동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관상학」이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고, 「셜록 홈즈」의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은 두개골의 형상으로 사람의 성격과 운명을 추정하는 골상학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인간의 운세를 파악하는 것은 오랜 세월 대중을 매료시켰다. 오늘 소개하는 우리 영화 ‘관상’은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광풍 속에서 얼굴 생김새로 조선의 운명을 점친 관상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3년도 개봉 당시 9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기도 하다.

 천재 관상가 김내겸은 부친이 역모에 연루돼 은둔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양에서 큰돈을 벌어 보지 않겠느냐는 기생 연홍의 제안으로 처남과 함께 길을 나선다. 척하면 척이라고 했던가! 김내겸은 얼굴만 보고도 사주팔자는 물론이고 살인사건의 범인마저 밝혀 내는 놀라운 능력으로 당대 최고의 권세가인 김종서와 사헌부의 인재 등용을 돕는다. 반면 수양대군은 형님인 문종이 서거하자 어린 조카인 단종을 폐위시키고 자신이 왕이 되고자 하는 야심을 품는다. 이에 김내겸은 역모를 꾀하는 수양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영화 ‘관상’은 1453년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김내겸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더해 당시 사건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팩션이다. 이 작품의 결말은 역사 자체가 이미 스포일러라 할 수 있다. 역모의 상이자 왕의 관상을 동시에 지닌 수양대군은 결국 왕위를 찬탈하고 조선의 7대 임금인 세조가 돼 13년간 국가를 다스린다. 이 작품의 관건은 이미 끝을 알고 있는 이야기를 마치 처음 접하는 내용처럼 흥미롭게 구성하는 것이라 하겠다. 비록 정해진 결말을 알고 보는 이야기이기는 하나 주연배우인 송강호, 백윤식, 이정재의 뛰어난 연기력은 왕조 교체라는 거대한 운명에 대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시켰다.

 영화적 재미와 별개로 이 작품은 관상에 의해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다는 식의 운명론이나 결정론적 시각을 담고 있다. 김내겸의 예측대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결국 얼굴 생김대로 살아갔다. 목이 잘릴 거라는 한명회 역시 죽어서 부관참시를 당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그러나 우리의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어느 정도 타고난 길은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운명은 개척하는 거라 믿고 싶다. 관상학이 생긴 대로 사는 운명을 말한다면 찡그린 표정보다는 웃는 얼굴을 자주 지어 보고 바른 마음으로 내 인상을 스스로 만들어 보자. 독자 모두 내 얼굴과 내 삶의 주인공이 돼 올 한 해 행복하게 영위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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