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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원 (사)남양주시 반딧불이보전회 회장
예로부터 남양주시 수동면은 산자수려하고 맑은 물이 굽이쳐 흘러 ‘물골안’이라 불렸다. 주금산과 서리산, 축령산 등 울창한 숲과 계곡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여름철 피서지로서 각광을 받아 왔다. 반딧불이가 서식할 만큼 깨끗한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있는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청정지역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한데 지난 십여 년간 무분별한 개발은 이 같은 ‘사실’을 과거형으로 바꿔놨다. 수동면 지역의 생태계는 급격히 파괴됐다. 특히 최근에는 자정 능력을 심각히 초과하는 난개발이 자행되면서 지역의 미래는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푸르렀던 산림은 우후죽순 들어선 전원주택단지와 공장, 창고시설로 듬성듬성 파여 나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장악당했다. 자연경관 훼손의 심각성은 이제 누구나 손쉽게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본적인 기반시설조차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에만 열을 올리다 보니 식수와 하천은 이미 오염된 지 오래다.

 개발을 위해 나무를 무분별하게 잘라내고 땅을 파내는 등 산지 훼손이 아무렇지 않게 이뤄지면서 지반이 약해져 주민들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토지 가격에, 더욱 확충될 교통 인프라가 더해지면서 개발사업은 점점 더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 청정지역 수동면이 옛말이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이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수동면은 반딧불이 서식지가 잘 보존된 수도권 유일의 지역이다. 매년 반딧불이 출현 시기에 맞춰 진행되는 ‘반딧불이 탐사’에는 수도권 전역에서 가족단위 관광객이 몰린다. 하루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매우 높으며, 이는 관광자원으로 남양주의 미래 먹거리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런데 천혜의 자연환경이 인간의 ‘욕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지역에서 반딧불이 보전 활동과 환경지킴 운동을 해 온 입장에서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기가 이를 데 없다.

 물론 수도권 인근이란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도시화는 시의 발전을 위해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 눈에 선히 보임에도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무분별한 개발을 자행하는 행태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과도한 산림훼손과 난개발로 지역이 경험하게 될 부작용과 피해를 철저히 분석해 자연과 도시가 공존할 수 있는 정책을 남양주시에서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강력히 시행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분명 미래 세대를 위한 먹거리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행정기관은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강력한 가이드 라인을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 할 때이고,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우리 모두 해야 한다. 일부 개발 이익을 취하는 계층을 위한 결정을 해선 안 된다. 우리 모두를 위해, 공익을 위한 결정을 하는 것이 행정기관 아닌가. 엄청난 시간이 걸려 자연스럽게 조성된 ‘자연’이라는 선물은 인공적으로 절대 만들 수 없다. 이를 훼손하지 않고 잘 활용하는 자연친화적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나는 체험형 관광도시를 조성한다면 환경보존과 일자리 창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음을 수년 동안 피력해 왔다. 또 더욱 거시적으로 자연환경을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을 요구해 왔다. 반갑게도 최근 남양주시는 도시계획 조례 개정을 통해 난개발을 방지하겠다는 입법 예고를 했다. 참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되고 있어 기분이 좋다.

 수동면의 난개발이 시작되기 전에 수립됐다면 더욱 좋겠지만, 지금이라도 수려한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확고한 의지를 보여줌에 위안을 삼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남양주시의 결정이 대계를 위한 첫걸음이 돼 한다. 도시와 자연이 공생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딧불이를 보며 자라는 아이들이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전국 제일의 생태환경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욱 철저히 준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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