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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영일 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최근 서울서 출판사를 경영하는 선배가 제안한 바다. 본인이 쓰레기에 대한 책을 하나 출판하고 싶은데 "네가 써보면 어떻겠냐?"고. 내용은 대략 이렇다. 집에서 소비된 나머지들이 밖으로 배출되는데, 그때의 음식물쓰레기, 비닐쓰레기, 플라스틱쓰레기의 양을 일정 기간 측정, 기록하고 어떻게 관리, 이동하는지도 조사하며 최종 처리까지 확인해 보자는 것이다. 물론 어떤 사람들이 관여되고 어떤 장비와 어떤 또 다른 물질이 투입되는지도 중요한 이야기가 된다. 결국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된 그 책은 독자, 넓게는 일반 소비자들이 ‘나’의 소비를 돌아보게 하고 온갖 쓰레기들의 일생을 생생히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이전과 다르게 행동하게 되지 않겠냐는 기대의 출판물인 것이다. 물론 생생한 사진과 그림, 통계수치 등등의 관련한 여러 정보는 덤으로 가고. 어찌 보면 쓰레기와 관련한 자기 고백이며 그 쓰레기의 일대기이고 현실에서 정책과 제도의 평가 잣대인 셈도 되겠다. 참고로 책은 아직 집필에 들어가지 않았으므로 구매할 수 없음을 기억하시라!

 여유롭고 풍요롭던 명절 연휴의 끝, 일상이 시작됐다. 세상은 그 전이나 지금이나 별일 없었다는 듯 너무 평온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앞선 제안 때문일까, 나는 묵직한 불편함, 궁금증을 가미한 옅은 죄책감 같은 것이 들어 일상으로의 복귀가 매끄럽지만은 않다. 무리를 지어 여기저기 동산을 이뤘던 쓰레기 더미들. 특히나 집안 쓰레기 상자, 아파트단지 쓰레기 분리배출장, 길가 한 편 쓰레기 무더기를 며칠간 집중적으로 바라볼 일이 잦았던 터이지 않았었나. 과다구매와 소비, 오고 가는 선물, 과대포장 덕으로 포비아(공포증), 아수라장, 전쟁터를 운운하게 하는 증거는 고속도로와 추모공원도 예외일 수 없었다. 이번 겨울, 사람들은 미세먼지에 ‘열광’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일기예보나 기상상태에 대한 정보에 귀를 기울였다. 그날 그날의 기온이 관심 사항이지만 못지 않게 미세먼지 지수에도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이다. 한술 더 떠 ‘초’자가 붙은 미세먼지가 극성이고 보면 사태의 심각성은 새삼 말이 필요 없을 지경이다.

 그사이 우리는 또 다른 중요한 ‘미세’를 잊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리 기억에 선명하게 남은 사진 하나를 떠올려 보자. 코스타리카 해변에서 발견된 코에 빨대가 꽂혀 있는 바다거북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세상은 경악했고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험성이나 국가적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거셌음도 기억한다.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돼 사라지지 않는 반영구적 물질이다. 상당량의 플라스틱 성분의 쓰레기가 여러 이유로 바다에 흘러든다. 그렇게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쓰레기의 80%를 차지한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이면 바닷속 물고기보다 플라스틱 수가 더 많아질 수 있다. 그런데 쓰레기도 쓰레기 나름이어서 5mm 이하로 잘게 쪼개져 떠도는 미세 플라스틱이 미세먼지 못잖은 생명 위협 물질로 작용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국내 연안에서 서식하는 굴, 게, 지렁이 등 139개 개체의 해양생물의 배설물 중 135개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초미세 플라스틱이 물고기의 배아에 침투해 미토콘드리아를 파괴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 결과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결국 생물체는 제대로 활동할 수 없거나 목숨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미세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의 법칙에 따라 돌고 돌아 우리 몸속으로 소리 없이 스며들고 쌓인다. ‘지금 우리는’ 미세 플라스틱, 이를 어찌해야 할까? 미세한 것이든, 정상적인 것이든 모든 것이 바로 인간의 생산 활동과 소비의 과정에서 벌어진 현상이다. 우리의 행동과 소비생활을 바꾸면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체물질을 개발, 상용화한다든지, 플라스틱 일회용품 억제와 철저한 분리수거, 미용용품이나 위생용품에 들어가는 미세플라스틱 성분의 사용금지 등이 그러하다.

 미세먼지를 두고 진행되는 공공정책이나 개인들의 대응을 떠올려 보라! 미증유의 재해를 두고 흔히들 ‘자연의 역습’을 운운하는데 비유적 표현이지만 착각은 없어야겠다. 자연에 어떤 잘못이 있는가! 원인자 책임임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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