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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영<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살아가면서 ‘나 하나 잘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나?’라며 체념할 때도 꽤 있습니다. ‘뭐가 달라지겠나?’라는 것을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한다면, ‘나 하나라도 잘 해야지’라는 생각은 ‘긍정적인’ 생각이겠지요. 부정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생각의 갈림길에 서서 망설이는 우리에게 조동화 시인은 이렇게 조언하고 있습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마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마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뉴스만 틀면 온통 ‘네 탓 공방’뿐인 탁한 세상에 비록 내던져져 살더라도 그래도 ‘나 하나’만이라도 옳게 살아야 그 ‘하나’가 ‘둘’이 되고, 그 ‘둘’이 ‘넷’이 되어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시인의 긍정적인 믿음이 묻어나는 시입니다.

 그런데 이런 긍정적인 시각은 우리의 건강에도 깊이 관여합니다. 「30년 만의 휴식」이라는 책에 따르면, 고독한 사람들은 병에 대한 저항력도 약하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T-임파구가 정상인의 60%밖에 되지 않아서 감기나 암과 같은 중병에 잘 걸린다는 겁니다. 그리고 배우자와 함께 살아가는 중년부부에 비해 홀로 사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2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부부가 서로의 고독감을 제거해주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고독을 극복하는 길은 건강한 인간관계를 가지는 겁니다. 그러나 그런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위의 책에 따르면 직장생활을 행복하게 또는 불행하게 만드는 요인 중 가장 큰 것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였다고 하니 말입니다. 같은 사람들과 일하면서도 누군가는 불행을 경험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행복을 경험한다는 것은 곧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있는가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될 수 있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기러기 이야기」라는 책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먹이와 따뜻한 곳을 찾아 무려 4만 ㎞를 날아가야 하는 기러기들의 삶은 처절할 정도로 힘들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고통스러운 여정을 행복한 결과로 바꾸어놓습니다. 거기엔 세 가지 지혜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우선 서로에게 ‘우산’이 되어주는 겁니다. 가장 앞장선 기러기는 엄청난 바람의 세기를 온몸으로 막아내며 나아가야 합니다. 엄청난 체력 소모가 따를 겁니다.

 앞장선 기러기가 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에 뒤를 따르는 기러기들은 혼자 날 때보다 71% 정도나 수월하게 날 수 있다고 합니다. 마치 비가 쏟아질 때 우산이 그 비를 막아주는 것처럼 건강한 관계는 이렇게 서로에게 기꺼이 ‘우산’이 되어줄 때 가능하지 않을까요.

 두 번째는 서로를 ‘응원’해주는 겁니다. 먼 길을 날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기러기들은 울음소리를 내어줍니다. 사람들에게는 그 소리가 울음소리로 들리겠지만, 사실은 거센 바람을 가르며 힘들게 앞장서서 외롭게 날아가는 기러기에게 보내는 응원의 소리라는 겁니다. "힘내!" "고마워, 너 때문에 내가 버틸 수 있어!"라고 말입니다.

 세 번째는 끝까지 ‘함께 있어주는’ 겁니다. 4만 ㎞의 여정 중에 아프거나 지친 탓에 대열에서 이탈하는 기러기가 생기면, 건강한 동료 기러기 두 마리도 어김없이 이탈한 기러기의 곁을 지킵니다. 지친 동료가 기운을 차려 다시 날 수 있을 때까지, 또는 죽음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도 그의 곁을 지킵니다. 이렇게 동료의 마지막까지도 함께 있다가 다시 대열로 돌아갑니다.

 너에게 우산이 돼 주고, 너를 항상 응원하면서, 네가 어려움에 처할 때조차도 너와 함께 있어주는 존재가 ‘나’이고 동시에 ‘너’일 때 우리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런 관계 속에서 행복의 열쇠를 쥘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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