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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2019년 03월 15일(금) 제10면
전정훈 기자 jjhun@kihoilbo.co.kr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삶이 불만스러운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낭만파 가극의 이탈리아 작곡가 로시니의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로시니가 ‘세발리아의 이발사’를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할 때의 일이다. 로시니는 막이 오르는 것과 동시에 지휘봉을 들었는데, 갑자기 웬 두 젊은이가 큰 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극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맨 앞줄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앉았다. 오페라가 중반을 넘었을 무렵, 두 젊은이는 이번에는 코고는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자연히 앞줄에 앉은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쏠렸다. 드디어 오페라가 막을 내리자, 젊은이들은 벌떡 일어나 로시리를 험한 눈초리로 쏘아보고는 휙 나가 버렸다.

 "선생님 저 두 사람을 아십니까?" 로시니의 제자가 흥분된 얼굴로 물었다. "내 오페라가 공연될 때마다 으레 나타나는 녀석들이지." "아니, 그럼 전문적으로 선생님의 공연을 방해하는 자들이란 말입니까?" "마이에르베르(로시니에게 라이벌 의식을 가진 오페라 작곡가)가 저 두 젊은 녀석을 매수해 내 작품이 공연되는 극장 안을 어수선하게 만들거나 코를 골게 한다네." "무슨 대책을 세우셔야지 그대로 내버려두면 안 되겠네요." 제자는 분하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그날 밤, 로시니는 마이에르베르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여기에 두 장의 오페라 초대권을 보내니, 이 초대권을 받아주신다면 나로서는 더없는 영광이 될 것입니다. 부디 직접 오셔서 오늘보다 더 큰 소리로 코를 골며 주무시기 바라며, 좌석은 특등석이고, 따라서 의자도 특별히 푹신하니, 당신의 깊은 잠을 오페라가 끝나기 전에 직접 깨워 드리겠습니다. 그후 마이에르베르는 다시는 로시니의 오페라 공연장에 건달을 동원하는 것을 하지 않았다.

 일이 잘 풀리 않고 시련과 위기가 닥친다면, 가장 쉽고도 확실한 방법은 다른 사람의 예를 나에게 적용하는 것과, 나보다 먼저 세상을 산 사람, 나보다 더 큰 시련과 위기를 겪은 이의 경험을 따르는 것이다. 로시니의 방법처럼 거친 상대를 제압하는 데는 의외로 부드러운 방법이 먹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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