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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남현 인천시 공원녹지과 도시녹화팀장
꽃샘추위의 사전적 의미는 ‘이른 봄, 꽃이 필 무렵의 추위’라고 한다. 꽃이 피는 시기를 시샘하는 추위라는 의미도 있다.

 샘이란 시샘의 준말로 남이 자기보다 잘되는 것을 싫어하고 배 아파하는 마음을 말한다. 꽃샘추위를 다시 말하면 물러가던 추위가 화창한 봄날에 꽃이 피는 것이 왠지 아쉽고 샘이 나서 한바탕 추위를 몰고 온다 해서 ‘꽃을 시샘하는 추위’라고도 한다.

 자연지리학에서 일평균기온과 평활곡선과의 편차가 현저하게 큰 날을 기온특이일(氣溫特異日,singularity)이라고 하는데, 꽃샘추위도 ‘특이일’의 한 현상으로 해석한다.

 기온특이일은 30년간의 기온편차 통계를 분석해 비슷한 시기에 주기적,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기온 현상을 추출해 낸 것이다.

 즉, 특정한 날에 비슷한 기상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날을 가리킨다.

 3~4월 중 비 또는 눈이 내리기 쉬운 특이일은 3월 6일, 19일, 4월 24일인데, 특이일에 가까운 3월 20일에 비가 내렸다. 또한 꽃샘추위 특이일은 3월 7일, 24일, 4월 2일인데, 3월 8일, 22일에 꽃샘추위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계절 변화에 따른 기압배치 현상에 따라 형성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올봄 벚꽃이 피는 시기는 언제일까? 따뜻한 기온특이일이 4월 3일과 8일이므로 서울은 4월 3일, 인천은 4월 8일을 전후해 벚꽃이 만개할 것으로 예측된다.

 요즘 같은 꽃샘추위 현상을 환경생태학적 관점에서는 어떤 의미로 해석할까? 꽃샘추위가 나타나는 이유는 ‘빨라지는 꽃의 개화 시기를 약간 늦추기 위한 자연의 법칙’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식물이 꽃을 피워내는 목적은 자신의 자손을 많이 퍼트리기 위한 몸부림인 것이다.

 꽃의 수분(受粉)을 담당하는 곤충은 대부분 땅속에서 월동한다. 봄이 되면 지상의 온도는 급격하게 높아지는데 곤충이 겨울잠 자고 있는 땅속의 지온은 그렇게 빨리 올라가지 않는다.

 따뜻한 날씨에 지상의 꽃은 빨리 개화하려는 상태이지만, 땅속의 곤충은 아직까지 활동할 준비가 덜된 상태인 것이다. 마냥 높아지는 지상의 기온에 따라 이른 봄꽃을 무작정 피운다면 곤충에 의존해 수정하는 식물들은 수분에 실패해 자손을 퍼트릴 수 없게 된다. 식물 삶의 첫째 목적인 자손 번식에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꽃샘추위 현상은 자연 스스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는 평형작용으로서 자연의 순리요, 법칙인 것이다.

 즉, 곤충의 활동 시기와 꽃의 수분 시기를 일치시키기 위한 자연의 오묘한 이치인 것이다. 꽃샘추위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약간의 불편함을 주지만, 식물의 번식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현상임을 이해해야 한다.

 이제 곧 찬란하고 힘찬 봄의 향연이 시작된다. 옛 선조들은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통치이념을 구현시키려 노력했다.

 백성들의 평온한 삶을 추구하고, 잊지 않기 위해 궁궐 곳곳에 "춘수만사택 (春水滿四澤) 하운다기봉 (夏雲多奇峰) 추월양명휘 (秋月揚明輝) 동령수고송 (冬嶺秀孤松) ; 봄 물은 사방의 연못에 가득하고,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도 많네,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드리우고, 겨울 산 외로운 소나무 빼어나네"라는 중국 동진(東晉)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사시(四時)를 편액으로 걸어 놓고 그 뜻을 가까이했다.

 요즘처럼 혼탁한 사회현상,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자연의 법칙과 순리, 사계절 자연의 힘을 마음껏 느끼며 평온한 일상생활을 즐길 수 있는 그날은 과연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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