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대표 역술가는 관로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하늘의 별을 관찰하는 데 열심이었다. 부모가 말리면 "집 안에서 기르는 닭과 들판의 고니도 세상 돌아가는 시각을 아는데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서 어찌 미래를 모른다고 하겠습니까"라면서 고집을 꺾지 않았다. 훗날 주역의 이치를 깨달은 이후, 바람의 방향을 보고 길흉을 예측했으며 수학에 능통했는데 관상 보는 데도 일가견이 있었다. 그리고 인품이 좋았다. 속된 부귀영화를 꿈꾸지 않았고 출세와 담을 쌓았다.

 사마의의 아들이 권세를 쥐고 관로에게 고위직을 내리려 했을 때 그의 동생이 적극 권했으나 사양했다. "나는 고관직을 맡을 자질이 갖춰져 있긴 하지만 하늘이 내게 오래 살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47∼48세에 자식들 혼사조차 못 보고 죽을 것이다. 혹 죽지 않는다면 낙양을 맡아 백성들이 맘 편히 살게 할 수 있으련만……."

 능력 이상을 탐하다가 스러져가는 숱한 인물들을 본다. 아니 분수에 어긋나 몰락하는 인사들이 한둘이 아닌 세상이다. 장관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문득 관로 생각이 났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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