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원도심 도시재생의 그림자인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보호장치 마련에 소홀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전국 17개 시·도 도시재생사업 부서에 ‘상생협력상가 조성 및 운영 방안’을 전달했다. 도시재생 사업에서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지자체 차원의 대책과 조례 등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상생협력상가는 지자체나 공공기관 등이 도시재생지역에 조성하는 상업용 건물이다.

공공이 상가를 조성해 시장경쟁의 약자인 청년 스타트업이나 영세 상인에게 장기간 저렴하게 공간을 제공한다. 시는 지침이 내려왔을 당시 상생협력상가 조성 방안을 검토했지만 사업의 근거가 되는 조례 제정부터 진전이 없다. 도시재생 뉴딜사업 중 젠트리피케이션이 우려되는 곳이 없다는 소극적인 이유다. 중심시가지형인 부평 11번가 이 외에는 적용이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이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당장 진행하는 뉴딜사업에만 국한시킨 해석이다. 개항창조도시와 내항 재개발은 일찌감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왔고, 계획 중인 용현트리플시 사업 등도 영세 임차인들이 피해를 볼 여지가 있다. 사업 대상지가 아닌 중구 신포동 등에서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인천시와 달리 타 지자체는 오히려 상생협력상가 조성을 지역 전체로 확대해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상가임차인 보호를 위한 조례를 마련해 임대인과 상생협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시가 장기안심상가를 조성한다. 2016년부터 운영한 장기안심상가는 임차인이 10년 이상 임대료 인상 걱정 없이 영업할 수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공공임대상가 활성화 조례를 제정해 젠트리피케이션 예상지역을 앞서 예측하고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성남시, 서울 성동구, 부산 해운대구 등에서도 국비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상인보호 차원에서 조례를 제정했다.

인천에도 지역 전체를 포괄하는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이 절실하지만 이를 위한 부서간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뉴딜사업 외에 일반 지역에서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재생지역에 한해 조례를 제정하면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적용범위 등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아직 관련 부서와 이야기해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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