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수정했다. 지난해 4월 2.9%에서 7월 2.8%, 10월 2.7%, 올해 1월 2.6%로 매 분기 낮춘 데 이어 이번에도 하향 전망했다. 정말로 3개월마다 안 좋은 상황이 새롭게 업데이트된 것인지, 실물경제에 미칠 충격을 줄이려고 의도적으로 그렇게 해왔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여하튼 결과론적으로 한은의 예측 신뢰도는 민간경제연구소나 해외기관의 그것보다 많이 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2.5%라는 성장률 전망치도 현실 가능한 수치인가라는 점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성장률 흐름이 상반기 2.3%에서 하반기 2.7%로 상저하고(上低下高)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면서 설비투자 증가율이 -5.3%(상반기)에서 6.4%(하반기)로 반전하고, 수출 증가율도 1.4%에서 3.9%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쯤되면 ‘전망치’라기보다 ‘희망치’로 불러야 할 듯싶다. 혹여라도 이번 4월에 새로이 조정된 올해 전망치(설비투자 증가율 0.4%, 상품수출 증가율 2.7%)에 근거해서 ‘여기에 수렴하는 식으로 하반기 전망치를 제시한 것이라면 이는 현실을 무시한 분석 오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앞으로 7월, 10월에 업데이트될 투자·수출·소비의 올해 전망치 역시 지금껏 그래왔듯 감소 추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현실 경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고용의 질은 갈수록 악화되고, 산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며,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 규제에 눌려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가계부채 부실과 부동산경기 침체,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 충격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예상치 못한 경기 급랭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도대체 어디에 상저하고의 조짐이 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더욱이 한은이 직면한 금리정책 여건을 보면 양날의 칼처럼 아찔하기만 하다. 물가와 성장률 추이를 보면 금리인하가 맞는 방향이지만, 한미 간 금리 역전과 과도한 가계부채를 생각하면 반대방향으로 가는 게 맞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진퇴양난의 위기 상황에선 분석이 정확해야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하고 위기에 대처할 수가 있다. 낙관도, 비관도 아닌 냉철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절실한 때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